◀ 앵커 ▶
'집단 항명의 수괴'라는 혐의로 보직 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장이 오늘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대통령 지시대로 엄정하게 수사했고, 국방부 차관의 지시가 담긴 문자 내용을 눈으로 봤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는데요.
반면, 국방부 차관과 해병대 사령관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덕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얼굴을 맞댔습니다.
박 단장 측은 이 자리에서 김계환 사령관이 신범철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자 메시지에는 "사단장은 빼라", "혐의내용, 죄명 빼라", "수사라는 용어를 조사로 바꿔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게 박 단장 측 설명입니다.
MBC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직후 국방부 대변인실은 출입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신 차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를 보낸 적이 없고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며,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법적 절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정훈 수사단장은 오늘 오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의 해명을 재차 반박했습니다.
박 단장은 "장관 대면보고 후 경찰에 사건 이첩시까지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면서 "다만 법무관리관의 개인의견과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 차관은 MBC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핸드폰 기록을 확인해봤지만 문자를 보낸 적은 없다"고 부인했고, 김 사령관도 "차관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박 단장이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박 단장이 봤다는 차관의 문자 메시지에는 '수사 대신 조사'라는 용어를 쓰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지시는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가 다른 경로를 통해 해병대 측에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사단장의 증언이 실제 벌어진 일과 맞아떨어지는 겁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긴급 성명을 내고,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용원/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 일체를 남김없이 곧바로 경찰에 다시 이첩해야 합니다."
인권위는 군수사기관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박 단장에 대한 보직해임과 집단항명죄 수사를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취재 : 남현택 / 영상편집 : 박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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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덕영
해병대 수사단장 실명 반박 "차관 문자 메시지 봤다"‥진실 공방으로 가나?
해병대 수사단장 실명 반박 "차관 문자 메시지 봤다"‥진실 공방으로 가나?
입력
2023-08-09 20:01
|
수정 2023-08-0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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