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로 한 달째를 맞았습니다.
유족들이 먼저라며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당시 생존자들이 오늘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안전 책임자의 안일한 대응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겠다면서 참사 당시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지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달 15일 오전 8시 31분.
청주에서 세종 방면으로 향하던 화물차 한 대가 궁평2지하차도로 진입합니다.
바닥만 살짝 젖어 있던 도로.
하지만 잠시 뒤 지하차도로 흙탕물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화물차는 점점 거세지는 물살에 갇혀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터널 출구가 보이는데, 강물은 더욱 거세져 폭포수처럼 변했습니다.
그리고 2분 뒤, 화물차도 물살에 떠밀리기 시작합니다.
오른쪽 차로에서 747번 버스가 앞으로 가지 못하고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보입니다.
뒤이어 들어온 대형 화물차가 버스를 밀어 보지만, 바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에 잠긴 버스는 꼼짝하지 못합니다.
강물이 차 위로 들이닥치고 승용차가 밀려 뒤에 있던 차량을 덮쳐버리는 재난 상황.
지하차도 안팎은 순식간에 아비규환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터널에 갇힌 시민들은 차량 선루프와 운전석 창문을 열고 겨우 빠져나와 중앙분리대와 연석 위로 몸을 피했습니다.
불과 몇 분 사이 지하차도에는 강물이 어른 키만큼 차올랐고, 사람도, 차량도 모두 물에 둥둥 떴습니다.
차량 지붕 위로 피신한 시민이 전화기를 붙잡고 다급히 구조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구조하러 오겠다는 답변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119 신고 (음성변조)]
<물이 범람해서 버스하고 사람들이 다 갇혔어요, 여기…> "잠시만요, 잠시만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 11명이 공개한 영상은 17분 분량.
관계 기관의 안일한 대응 속에 스스로 탈출해야 했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생존자들은 당장 지우고 싶은 영상을 공개하는 건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고 흐지부지 잊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들이 서로 상대 기관이 더 잘못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참담한 마음을 거둘 길이 없습니다."
MBC뉴스 이지현입니다.
영상취재: 김현준(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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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지현
생존자, 오송 참사 당시 영상 공개‥"잊혀지지 않도록 공개한다"
생존자, 오송 참사 당시 영상 공개‥"잊혀지지 않도록 공개한다"
입력
2023-08-16 19:56
|
수정 2023-08-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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