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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속으로] "평생 양육비 3백만 원, 알아서 키워라"‥'유령 아빠들' 책임은?

[사건속으로] "평생 양육비 3백만 원, 알아서 키워라"‥'유령 아빠들' 책임은?
입력 2023-08-27 20:16 | 수정 2023-08-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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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영아 살해 사건들 이후 여러 변화가 생겼습니다.

    내년부터 출생통보제가 시행되고요, 처벌이 약한 '영아살해죄'는 폐지되고 앞으로는 일반 '살인죄'를 똑같이 적용받게 됩니다.

    그런데 영아들의 비극을 보면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범은 모두 엄마고요, 처벌도 엄마에게 집중됩니다.

    이 중에 정상적인 혼인 관계는 없었습니다.

    아이는 엄마 혼자 만든 게 아닌데 말이죠.

    사건속으로,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5살 아들과 단둘이 사는 22살 보미 씨.

    고등학생 때 또래 남자친구를 만나 뜻밖의 임신을 했는데, 초음파를 보고 나니 도저히 아기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김보미]
    "산부인과 갔는데 이제 2cm 아기한테 심장이 뛰는 거 보고 더 지울 생각을 못 하게 됐어요."

    그런데 임신 기간, 아기 아빠가 자꾸 다른 여자들을 만났습니다.

    [김보미]
    "말을 하니까 본인이 되레 화를 내면서 그만 만나자고‥"

    결국 헤어지고 매달 양육비를 받기로 했지만, 아기 아빠는 군의 부사관으로 취업하고도 턱없이 적은 돈을 보냈습니다.

    [김보미]
    "(매달) 5만 원, 10만 원씩 주다가 제가 '돈을 좀 더 줄 수 없냐' 이렇게 했더니 '도대체 돈을 어디다가 쓰냐, 좀 아껴 써라' 이렇게‥"

    19살에 딸을 낳은 미혼모 영민 씨의 남자친구도, 출산 전 줄곧 "아기를 입양 보내자"고 했습니다.

    영민 씨는 "책임지자"고 맞섰지만 임신 8개월쯤 남자친구는 더 싸늘해졌습니다.

    [영민 (가명, 음성변조)]
    "'얘는 내 자식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서 '그러면 유전자 검사 해라, 그리고 양육비 줘라' 이렇게 얘기를 했었는데 그것도 협조를 안 해줬어요."

    아기가 태어나자 성인이고 직업도 있던 남자친구는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와 함께 "평생 양육비"라며 3백만 원을 주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렇게 생계마저 위협받는 미혼모들의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20대 미혼모 (음성변조)]
    "물에 고춧가루를 풀어서 두부를 넣어서 먹기도 하고, 굶기도 하고 그렇게 지냈던 적이 많은 것 같아요."

    미혼모 가정은 양육비를 제대로 받는 경우가 절반도 안 돼, 다른 한부모 가정과 비교해 봐도 현저히 낮았습니다.

    정부의 출생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를 보면, 처벌은 대부분 엄마에게 집중됩니다.

    미혼모가 아기 아빠에 책임을 물으려면 친자 확인 소송부터 해야 하는 겁니다.

    [최미라/여성인권동감 대표]
    "'유령 아빠' 같아요. 아이를 혼자 만든 거 절대 아니잖아요."

    최근 5년간의 영아살해 판결문을 MBC가 모두 분석한 결과, 영아 살해의 주범은 모두 엄마였습니다.

    이 가운데 아이 아빠와의 정상적인 혼인 관계에서 범행한 엄마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이종혁, 김준형, 김승우 / 영상편집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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