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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년 추격전 끝 숨진 '오삼이'‥관리 기록 입수해보니

[단독] 6년 추격전 끝 숨진 '오삼이'‥관리 기록 입수해보니
입력 2023-08-29 20:27 | 수정 2023-08-2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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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으로 방사된 반달곰 중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오삼이'가 두 달 전 포획 과정에서 숨졌습니다.

    MBC는 '오삼이'가 그동안 어떤 관리를 받았는지 기록한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했는데요.

    방사된 이후 24시간 감시를 받았고, 공포탄을 동원한 추격전까지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류현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속리산 국립공원에서 4킬로미터 떨어진 경북 상주의 한 마을.

    계곡을 따라 올라가자 작은 웅덩이가 나옵니다.

    지난 6월, 반달가슴곰 '오삼이'가 국립공원공단의 포획 도중 숨진 채 발견된 곳입니다.

    마취총을 맞고 이동하던 오삼이는 당시 깊이 30cm 정도인 이 웅덩이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습니다.

    [차준호/경북 상주시 중눌리]
    "(오삼이가) 죽었다고 그래서, 아 되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뭐 우리한테 해 끼치는 것도 아니고 좋은 건데."

    관리번호 'KM53', 국내에서 태어난 53번째 수컷이란 뜻인데, '오삼이'라는 친숙한 별명으로 불려왔습니다.

    백두대간 생태축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 2004년 시작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지난 2015년 지리산에 방사된 오삼이는 속리산에 이르기까지 반달곰 중 활동범위가 가장 넓었습니다.

    특히 포획한 뒤 지리산에 방사해도 다시 경북 김천의 수도산을 찾아간 일화가 알려지면서 '탐험가 곰', '자유로운 영혼'이란 수식어까지 붙었습니다.

    반달곰 복원의 상징과도 같았던 오삼이는, 그러나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MBC가 입수한 국립공원공단의 'KM-53 현장상황보고' 문건입니다.

    오삼이는 3살 때 방사된 뒤부터 6년간 24시간 추적 감시를 받았습니다.

    활동범위가 넓어진 5살 때부턴 공포탄과 폭죽을 동원하는 '충돌 예방활동' 대상이 됐습니다.

    2년 전 민가에 접근했을 땐 야간에만 18명을 투입한 포획단과 한 달 동안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곰도 사람도 모두 힘들게 한 추적 관리는 오삼이가 숨지고서야 끝났습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
    "끊임없이 격퇴 경고 조치를 하는 지금의 관리 체계가 정상적인지는 잘 모르겠고요. (다른 위협 동물에 비해) 곰에게 너무 과한 어떤 대응 체계를 행사해 온 것은 아닌가."

    복원한 다른 반달곰들은 어떨까.

    경남 하동군의 생태학습장.

    울타리 안에 사는 22살 '산이'와 17살 '강이', 모녀인 두 곰이 체험객들이 던져주는 과일을 받아먹습니다.

    방사했지만 야생 적응에 실패해 회수해서 가둬놓은 건데, 이런 곰은 19마리에 달합니다.

    야생에 사는 곰은 최소 85마리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오삼이처럼 위치추적기를 단 곰은 28마리, 매일 감시하고, 발신기 배터리 교체를 위해
    매년 포획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양두하/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장]
    "정부에서나 아니면 국민들이나 안전사고 이런 부분 염려 때문에 개체를 1년마다 이렇게 포획을 할 수밖에 없는…"

    하지만 자체 번식 등으로 늘어난 나머지 57마리 이상은 사실상 추적 관리가 안 됩니다.

    세 마리 중 두 마리꼴로 관리 밖에 있는 셈인데, 실제 반달곰 피해는 크지 않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반달곰 피해 176건 중 80퍼센트는 양봉농가의 벌꿀이었습니다.

    이 밖에 사과 감 등 과일이나 민가의 기물파손 등이 있었지만 공식 인명피해는 1건도 없었습니다.

    [이항/서울대 수의대 명예교수]
    "모든 개체를 대상으로 그렇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거는 이제 사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겁니다. 그 문제가 대응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1970년 곰 증식사업에 나선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초기에는 농민들과 갈등도 있었지만, '곰을 이해하는 사회'라는 슬로건을 걸고 공존을 위해 노력했고, 성공적으로 자연에 정착했습니다.

    지금까지 곰에 의한 사망자는 8명인데, 공원에서 익사한 사람의 15분의 1도 안 되고 벼락에 맞아 사망한 사람 수와 비슷합니다.

    [이은주/국회 환경노동위원]
    "결국은 반달가슴곰을 관리 대상으로 생각하는 순간 계속 이렇게 꼬이게 되는 거라,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이게 이제 전제가 돼야 되는 거죠."

    반달가슴곰 복원이 시작된 지 내년이면 20년입니다.

    반달곰의 평균 수명은 25년, 한 세대를 거치며 자연에 적응한 만큼, 사육하듯 추적 관리하는 방식 대신 이젠 야생동물로 인정하고 공존하는 길을 고민할 시점입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우·윤병순·독고명 / 영상편집 : 조민우 / 영상출처 : 유튜브 Corbin Maxey, Storyful Viral, A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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