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후 지금까지 천식이나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정돼서 지원을 받았지만, 유독 폐암만은, 환자가 최소 2백 명에 이르는데도 지원대상에서 여태 빠져 있습니다.
정부가 폐암 발병과 가습기살균제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최근 그 인과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김민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조인재 씨는 2016년 초 생각지도 못한 폐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평소 건강관리도 잘했고 가족력도 없고 흡연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인재/가습기살균제 폐암 피해자]
"(폐암이) 올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가스를 많이 사용한 것도 아니고. 지금도 보면 왜 내가 폐암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의심되는 것은 딱 하나, 가습기살균제였습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며 간호사실에서 살균제를 넣고 가습기를 썼습니다.
[조인재/가습기살균제 폐암 피해자]
"굉장히 가렵고 재채기 나고 콧물 났던 거는 그 때 확실히 기억이 나요. 약을 많이 먹었었어요."
결국 폐 절제 수술을 받은 뒤 피해구제를 신청했는데, 4등급, 인과관계가 없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조 씨처럼 가습기살균제 노출 이후 폐암이 발병한 사람은 약 2백 명.
정부가 피해자로 인정한 5천41명 중 폐암 환자는 30대 여성 단 1명뿐입니다.
하지만 2019년과 21년 동물 실험에서 가습기살균제 물질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어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정부 지원으로 고려대 안산병원이 인간 폐세포로 진행한 연구인데, 가습기살균제가 폐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백도명 명예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
"적어도 발암성의 어떤 충분한 실험적 근거들은 제시가 된다라고 판단되는 자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1년이 넘도록 피해 구제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제3자가 아닌 바로 정부가 지정한 가습기살균제 연구 기관들에 의해서 진행이 됐다는 것이죠. 정책에 반영시키는 그런 조치를 취했어야 되는데 도대체 뭐 하고 있었냐는 거예요."
이에 대해 환경부는 "기존 연구 결과만으로는 부족해 후속 연구로 근거를 보완하고 있었다"며, "다음 주 폐암 피해구제 개시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한지은 / 영상편집 : 오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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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민욱
"폐암은 인과관계 없다"던 정부‥다음 달 심사에서 인정 여부 주목
"폐암은 인과관계 없다"던 정부‥다음 달 심사에서 인정 여부 주목
입력
2023-08-31 20:25
|
수정 2023-08-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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