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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기록 넘치는데, 일본 정부는 딴청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기록 넘치는데, 일본 정부는 딴청
입력 2023-09-01 19:44 | 수정 2023-09-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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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오늘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23년 9월 1일.

    규모 7.9의 강진이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수도권 일대를 강타해,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됐습니다.

    그런데 이 대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퍼졌고, 이를 믿은 일본인 자경단이 조선인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당시 독립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학살된 조선인은 무려 6천661명.

    참사가 발생한지 100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이나 사과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데스크는 당시 사건의 증언을 들어보고, 진실 규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자세를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도쿄 현영준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저는 100년 전 관동대지진 당시 한 젊은 조선인이 학살된 일본 사이타마현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총과 칼, 낫으로 무참히 살해됐는데요.

    당시 조선인을 학살했던 이곳 자경단 단장의 후손이 그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직접 만나보러 가겠습니다.

    도쿄 북쪽 사이타마현의 오래된 고택.

    100년전 이 마을 자경단 단장의 손자, 다카하시씨가 나무 상자에 보관해 온 수첩을 꺼냅니다.

    수첩엔 당시 자경단장이었던 할아버지가 어떻게, 왜 조선인을 살해했는지 빼곡히 기록해 놨습니다.

    [다카하시 타카스케(79세, 마을 자경단장 손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는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는 특히 주의하라는 지어낸 얘기도 있었습니다."

    관동대지진 이틀 후, 학살을 피해 도쿄에서 도망쳐 온 젊은 조선인이 마을 자경단에 붙잡혔습니다.

    [다카하시 타카스케(79세, 마을 자경단장 손자)]
    "단어를 이쪽에서 골라서 발음을 해 보라고 했답니다. 발음을 못했다고 합니다. 역시 조선 사람이기 때문에..."

    창과 도끼, 권총을 든 자경단의 집단 폭력에 스무살 갓 넘었던 조선인 강대흥씨는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세키하라 마사히로/지역 역사연구가]
    "마지막에 푹푹 찔리고 몸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개천에 한 발이 빠진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도쿄 남쪽, 요코하마는 당시 가장 많은 조선인이 학살된 곳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은 가나가와 철교라고 불리던 곳입니다.

    지금 철교는 없어졌지만 관동대지진 당시 이곳에서만 500명이 넘는 조선인이 학살됐습니다.

    경찰과 군부대의 통신망을 통해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유언비어가 급속히 퍼졌고, 요코하마 곳곳에선 조선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학살 두달 뒤, 일본 경시청이 작성했던 보고자료엔 자경단의 구성과 규모가 명확히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제대한 군인들이 자경단에 대거 포함되면서 학살을 주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야마모토 스미코/조선인학살진실추구위원회]
    "자경단의 조직에서 가장 중심이 된 것은 재향군인입니다. 이 사람들은 청일, 러일전쟁을 체험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민단 주체로 열린 100주년 추념식에는 한일의원연맹 소속 일본 의원 몇몇이 참석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인 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의 주요 인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현영준입니다.

    영상취재:이장식, 김진호(도쿄) / 영상편집: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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