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아파트의 각 가정마다 터치 한 번으로 현관문을 열어주고, 거실 조명은 물론이고, 보일러도 껐다 켤 수 있는 장치가 달려있죠.
주택 관리용 단말기, '월패드'라고 부르는데요.
그런데 이 월패드가 고장이 나면 쉽게 고칠 수가 없어서,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건지, 박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남 거제의 한 고급 아파트.
벨을 눌러도 안에선 누가 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월패드가 고장 나 초인종도, 인터폰도 안 됩니다.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일일이 (휴대)전화를 받고 직접 버선발로 나가야 되고 택배 같은 거라든지 배달 음식을 시킬 때는 1층까지 내려가야 되는‥"
또 다른 가정은 아예 월패드 전원조차 안 들어옵니다.
벨소리라도 들리게 고치려니 업체는 45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그마저도 중고입니다.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고치고 나서도 이제 몇 년 지나니까 또 그런 증세가 나오면서 이제 화면이 아예 가버린 거죠."
다른 기능은 고칠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수리업체 직원 (음성변조)]
"<평생 그냥 고장 난 대로 써야 되나요?> 안에 있는 조명 모듈이 문제라면 수리가 안 될 거예요."
같은 값에 더 좋은 새 제품들이 나와 있지만 교체는 안 됩니다.
제조사가 다르거나,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제조시기가 달라 아파트 내부망과 호환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09년 3월 기기별 호환성을 고려해 유지보수가 쉽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한 행정규칙을 고시했습니다.
2011년엔 월패드 시스템에 KS인증 제도를 도입해 얼마든지 교체가 가능하도록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5년 뒤 KS 인증 도입 기준이 삭제돼 이젠 관리감독 기준조차 없는 상황.
정부는 진입 장벽만 높이는 꼴이라 없앴다고 해명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담당자 (음성변조)]
"그렇게까지 강제를 하는 건 지나친 규제 아닌가 그런 생각을 좀 해봐야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대형업체 압박이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월패드 업계 관계자 (음성변조)]
"(대형업체) 반발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표준화를 하려고 하면 기존에 만들었던 시스템 자체를, 다 소프트웨어나 이런 걸 다시 개발을 그거에 맞게 해야 되니까‥"
현재 아파트 월패드 시장은 서너 개 업체가 70% 넘게 나눠먹고 있습니다.
표준조차 없는 불편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이 떠안고 있는 실정입니다.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영상취재: 정연철 / 영상편집: 박정호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박진준
[제보는 MBC] '고장나도 못 고쳐요'‥아파트 월패드, 표준 만든다더니 14년째 무소식
[제보는 MBC] '고장나도 못 고쳐요'‥아파트 월패드, 표준 만든다더니 14년째 무소식
입력
2023-09-01 20:07
|
수정 2023-09-01 20:14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