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번 지진에서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고통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구호물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채 겨우 버티고 있다고 하는데요.
진앙지 근처에 있는 한 마을의 생존자들을 손령 특파원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진앙지에서 불과 20km 떨어진 모로코 아미즈미즈.
공사 철거 현장처럼 보이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두 집이었습니다.
문과 널브러진 옷가지들이 사람이 살고 있던 곳이었음을 겨우 짐작케 합니다.
11명 대가족이 잠을 자던 그날 밤, 알레멘자 씨는 땅이 흔들리고 천장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가족들을 업고 나오던 게 생생합니다.
[알레멘자/이재민]
"아이 둘을 업고 나오다가 (돌이 무너져서) 이렇게 다쳤습니다."
장애인인 아내도 겨우 탈출시켜 살려냈고 지금은 마라케시 병원에 있습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취재진에게 달려온 여동생은 끝내 말을 이어내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립니다.
살아남은 10명은 공터 천막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그마저도 너무 좁아 남자들은 밖에서 잡니다.
화덕과 모닥불을 이용해 알레멘자 씨가 직접 가족들의 끼니도 책임집니다.
물레이 이브라힘의 모하메드 씨 집도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모하메드/이재민]
"여기가 복도고, 여기가 부엌이고, 세탁기고, 그리고 완전히 망가졌어요. 여기 들어갈 문도 없어지고.."
가족이 없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외면할 수도 없어 매번 구호품을 대신 챙겨다 줍니다.
가족들은 다른 지역에 있는 친지나 친구 집에 신세를 지고 혼자 마을에 남았는데 정작 자신은 천막이 부족해 그냥 맨땅에서 지냅니다.
이마저도 그야말로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비교적 튼튼하게 지어진 건물들도 이렇게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저 언덕 뒤쪽에는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이 잔해 밑에 깔려있습니다.
마을 병원도 늘 전쟁터입니다.
취재 도중 들어온 응급 환자.
깊숙한 산간 마을이라 의료 여건이 안 돼 대부분 마라케시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보살피고 도와주며 살아냅니다.
[자하라/이재민]
"여기서 달리 먹을 것도, 할 수 있는 요리도 없어요. 그저 우리는 음식을 준비하고 다른 이들은 와서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전달해 줘요."
텐트 지원이 부족해 직접 천막을 만들기도 합니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지 닷새째.
이어지는 무더위에 며칠 뒤엔 비까지 예보돼 있지만 무엇이 나을진, 알 수 없습니다.
이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못 하지만 그저 생존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며 견뎌내고 있습니다.
모로코 강진 현장에서 MBC뉴스 손령입니다.
영상취재 : 이유경 / 영상편집 : 남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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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손령
진앙지 산악 마을 르포‥언제 끝날지 모를 생존자들 고통
진앙지 산악 마을 르포‥언제 끝날지 모를 생존자들 고통
입력
2023-09-12 20:01
|
수정 2023-09-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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