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1주기‥"우후죽순 대책에도 현장은 여전히 불안"

◀ 앵커 ▶

오늘은 서울 신당역에서 스토킹 살인 사건이 벌어진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어제 〈뉴스데스크〉에서는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강화된 처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피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 전해드렸는데요.

이 과정에서 신당역 사건의 범인인 전주환이, 피해자의 '옛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아닌, 잘못된 표현이 방송됐습니다.

유가족 분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립니다.

오늘은 피해자가 혼자 순찰 근무를 하다가 무참히 살해를 당했던 현장의 안전을 점검했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현장은 달라졌을지 김세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같은 직장에 다녔던 전주환으로부터 살해당한 피해자.

스토킹에 시달린 기간은 2년이나 됐습니다.

불법촬영으로, 스토킹으로 연거푸 고소도 해봤지만, 늘 불안했습니다.

피해자가 숨지기 전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출근해 사내 메신저를 켤 때마다 어떤 말이 와 있을지 조마조마하다."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한 공포를 떨쳐낼 수 없다던 피해자에게 그 공포는 자신의 일터에서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쏟아진 대책들.

1년이 흐른 지금, 현장은 안전해졌을까.

서울교통공사는 신당역 피해자처럼 '홀로' 순찰을 돌지 않도록 '2인 1조' 근무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직원들은 혼자 일하고 있습니다.

공사 직원 1천여 명을 상대로 '2인 1조' 출동과 순찰을 지침대로 하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부정적인 답변이 80%를 넘었습니다.

인력은 늘리지 않은 채 현장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역무원 (음성변조)]
"(역사에) 2명이 전부인데, 어떻게 두 사람이 다 나가서 순찰을 돌아요. 지하철역에서 다뤄져야 되는 다양한 업무들에 대해서는 누가 수행을 할 거예요? 가능하지 않은 구조거든요."

공사 측은 방검복과 페퍼 스프레이같은 안전 장비도 지급했다고 밝혔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장비를 전혀 쓰지 않거나 가끔 착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요금 정산, 장비 점검, 주취자 대응 등 동시다발적인 업무 때마다 챙기기 어렵고, 법률적 책임도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역무원 (음성변조)]
"'절차를 지켜서 페퍼스프레이(호신용 분사기)를 사용하되, 그 이후에 형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고 민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저희는 '쓰지 말라는 소리 아니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채용 절차도 강화됐습니다.

'음란물 유포' 처벌 전력을 갖고 입사했던 전주환의 사례를 막기 위해, 온라인 성범죄와 스토킹 등에 따른 벌금형 전과도 공사 채용의 결격 사유로 추가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범죄 경력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김은호/직장갑질119 변호사]
"사용자의 방조를 거쳐서 스토킹으로 연결되거나 발생이 지속되는 경우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동료의 안타까운 희생에도, '안전한 일터'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MBC뉴스 김세영입니다.

영상취재: 고헌주·손지윤·이주혁 / 영상편집: 최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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