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경상북도 칠곡에 '할머니 래퍼들'이 등장했습니다.
70대 젊은 래퍼부터 90대까지 있는데요.
데뷔 배경이 조금 특별합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전쟁까지 겪은 어려웠던 시절, 딸이라는 이유로 한글조차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
그 한을 담아 써내려간 할머니들의 랩을 김희건 영상기자가 들려드립니다.
◀ 리포트 ▶
[할머니들 랩]
"우리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랩 때리는 옥자!"
[정우정/한글 선생님]
"평균 연령 85세 칠곡 할매 래퍼들입니다."
할머니들은 랩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요?
[정우정/한글 선생님]
"우연한 기회에 랩 하는 모습을 보여 드렸어요. (어르신들이)'나도 하겠다!' 이러시는 거예요. 어? 이걸 하면 한글 공부에 도움 되지 않을까…"
[할머니들 랩]
"설거지해! 애보기해!"
할머니들은 여러 시대적 상황들로 한글을 배우지 못한 마지막 세대가 되었습니다.
[수니/82세, '수니와 칠공주' 리더]
"여기는 아무도 글 배운 사람이 없어. '왜 내가 딸로 태어나서 학교 구경을 못 했을까?' 하는 거는 항상 응어리가 있다니까."
[이필선/87세]
"나 혼자 걸어서 학교에 갈 수가 없는 거야. 그때는 가야산에 호랑이도 있었단 말이야."
늦게 배운 한글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할머니들 랩]
"오이밭에 오이 따고 호박밭에 호박 따고"
할머니들의 생활밀착형 랩은 벌써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할머니들 랩]
"고추밭에 고추 따고! <고추밭에 고추 따고!> 집에 오니 너무너무 행복해요!"
떠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랩도 준비하고 있다는 박점순 할머니.
[선생님]
"또 아버님께 하시고 싶은 말씀, 노래하면서…"
[할머니]
"그리 무정하게 가서 밉다."
[선생님]
"우리 아버님 '밉다' 내용도 (랩에) 좀 넣고…"
[박정순/'깻잎전' 낭독]
"들깻잎을 전 부쳐서 맛있게 먹을라 했는데, 아이고 주인 양반도 떠나고 송정댁(친구)도 떠나고 나만 혼자 남아있네."
이제 배우지 못한 한이 풀렸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노래로 답합니다.
[박점순]
"나의 평생소원은 한글 공부요. 주소 명함 노래 가사 읽을 수 있네. 경로당에 선생님이 기다리신다."
취재·구성 : 김희건 / AD : 허예지 / 영상편집 : 권나연 / 그래픽 : 조수진·손창완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김희건

[현장 36.5] 칠곡 할매 래퍼, '못 배운 한을 노래하다'
[현장 36.5] 칠곡 할매 래퍼, '못 배운 한을 노래하다'
입력
2023-09-17 20:22
|
수정 2023-09-17 21:16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