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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36.5] 칠곡 할매 래퍼, '못 배운 한을 노래하다'

[현장 36.5] 칠곡 할매 래퍼, '못 배운 한을 노래하다'
입력 2023-09-17 20:22 | 수정 2023-09-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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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경상북도 칠곡에 '할머니 래퍼들'이 등장했습니다.

    70대 젊은 래퍼부터 90대까지 있는데요.

    데뷔 배경이 조금 특별합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전쟁까지 겪은 어려웠던 시절, 딸이라는 이유로 한글조차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

    그 한을 담아 써내려간 할머니들의 랩을 김희건 영상기자가 들려드립니다.

    ◀ 리포트 ▶

    [할머니들 랩]
    "우리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랩 때리는 옥자!"

    [정우정/한글 선생님]
    "평균 연령 85세 칠곡 할매 래퍼들입니다."

    할머니들은 랩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요?

    [정우정/한글 선생님]
    "우연한 기회에 랩 하는 모습을 보여 드렸어요. (어르신들이)'나도 하겠다!' 이러시는 거예요. 어? 이걸 하면 한글 공부에 도움 되지 않을까…"

    [할머니들 랩]
    "설거지해! 애보기해!"

    할머니들은 여러 시대적 상황들로 한글을 배우지 못한 마지막 세대가 되었습니다.

    [수니/82세, '수니와 칠공주' 리더]
    "여기는 아무도 글 배운 사람이 없어. '왜 내가 딸로 태어나서 학교 구경을 못 했을까?' 하는 거는 항상 응어리가 있다니까."

    [이필선/87세]
    "나 혼자 걸어서 학교에 갈 수가 없는 거야. 그때는 가야산에 호랑이도 있었단 말이야."

    늦게 배운 한글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할머니들 랩]
    "오이밭에 오이 따고 호박밭에 호박 따고"

    할머니들의 생활밀착형 랩은 벌써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할머니들 랩]
    "고추밭에 고추 따고! <고추밭에 고추 따고!> 집에 오니 너무너무 행복해요!"

    떠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랩도 준비하고 있다는 박점순 할머니.

    [선생님]
    "또 아버님께 하시고 싶은 말씀, 노래하면서…"

    [할머니]
    "그리 무정하게 가서 밉다."

    [선생님]
    "우리 아버님 '밉다' 내용도 (랩에) 좀 넣고…"

    [박정순/'깻잎전' 낭독]
    "들깻잎을 전 부쳐서 맛있게 먹을라 했는데, 아이고 주인 양반도 떠나고 송정댁(친구)도 떠나고 나만 혼자 남아있네."

    이제 배우지 못한 한이 풀렸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노래로 답합니다.

    [박점순]
    "나의 평생소원은 한글 공부요. 주소 명함 노래 가사 읽을 수 있네. 경로당에 선생님이 기다리신다."

    취재·구성 : 김희건 / AD : 허예지 / 영상편집 : 권나연 / 그래픽 : 조수진·손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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