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EBS 라디오에서 영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한 인기 강사가 갑자기 중도 하차를 통보받았습니다.
'이 강사가 북한을 홍보하는 유튜브를 운영했다'는 민원이 발단이었는데, 강사는 물론이고 청취자들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무슨 일인지, 제보는 MBC 이지은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12월부터 EBS 라디오에서 영어 강의를 해온 강사 정재연 씨.
올해 4월부턴 주 6일 20분짜리 영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 계약으로 매달 영어 교재도 펴냈습니다.
하지만 불과 석 달 만에 프로그램 하차와 재계약 취소를 통보받았습니다.
발단은 지난 6월 말 제기된 시청자 민원.
"정 씨가 북한을 홍보하는 유튜브를 운영한다"며 EBS 출연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겁니다.
호주 국적의 재외동포로 북한 방문에 제약이 없던 정 씨는 지난 2018년과 19년 두 차례, 여행 상품으로 북한에 다녀왔습니다.
이후 여행작가로서 블로그와 출판, 강연활동을 해왔고 EBS 면접에서도 이를 밝혔습니다.
[정재연]
"(면접 당시에) 책도 적어 가셨는데요. 그때는 흥미롭게 들으셨었어요.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전혀 문제없던 게 이제는 문제가 된다라는 거‥"
당초 EBS 측은 민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분위기였습니다.
프로그램 담당자는 관련 보고서에서, "정 씨의 활동에 불법적인 요소는 없고, 북한을 찬양하거나 미화하고자 하는 의도도 없다"면서, "민원인에게도 오해를 풀고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대책을 내놨습니다.
[EBS 담당 PD (지난 7월, 정 씨 통화 녹취 / 음성변조)]
"4, 5년 전에 썼던 책과 그동안에 했던 강연 활동 문제에 초점이 있는 거지 선생님의 강의 능력이라든가 그다음에 어떤 부분에서는 저희 쪽에서는 오히려 아깝죠."
하지만 계약 해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정 씨의 경력이 탈북자들에게 박탈감을 준다'고도 했습니다.
[EBS 담당 PD (지난 7월, 정 씨 통화 녹취 / 음성변조)]
"나는 뭐 평양에 가서 이런 걸 먹었어요'라고 하는데,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 나는 평생 먹어보지도 못할 그런 음식을"‥선생님의 경험 자체가 편파적인 거예요."
EBS 측은 그러나 "민원과 진행자 교체는 전혀 무관하다"며 제작자와 정씨 사이의 통화는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 씨 측은 EBS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고 국가인권위에도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김신 변호사/정 씨 법률대리인]
"근로계약 해지나 이런 걸 악용하기 위해 (강사에게) 재계약 연장 거부 방식을 많이 쓰다 보니까‥"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과 정씨의 SNS에는 하차 이유를 묻거나 갑작스러운 교체를 비판하는 글이 약 200건 올라왔습니다.
MBC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취재: 김신영 / 영상편집: 조아라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이지은
[제보는 MBC] '북한 여행' 다녀온 탓?‥EBS 인기 영어강사 돌연 하차
[제보는 MBC] '북한 여행' 다녀온 탓?‥EBS 인기 영어강사 돌연 하차
입력
2023-09-19 19:18
|
수정 2023-09-19 19:19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