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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MBC] '사모님 병수발·자녀 피부과 동행 지시'에도 대형 로펌 "갑질 아니다"

[제보는 MBC] '사모님 병수발·자녀 피부과 동행 지시'에도 대형 로펌 "갑질 아니다"
입력 2023-09-20 20:04 | 수정 2023-09-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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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국내에 지사를 둔 한 일본계 화장품 회사의 대표가, 통역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자기 아내의 병수발을 들게 하고 자신의 자녀가 쓸 화장품을 알아오라고 시켰습니다.

    해당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회사는 업무상 기밀을 유출했다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를 했다고 하는데요.

    결국 견디다 못한 이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했는데, 조사를 맡은 국내 한 대형 로펌이 대표의 이런 행위들이 부당하지 않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이재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일본계 유명 화장품 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통역 업무를 담당하는 A 씨.

    지난해 5월, 아내가 쓰러졌으니 급히 집으로 오라는 대표이사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대표 아내를 병원으로 옮기고 긴급 수술까지 접수했습니다.

    [A 씨]
    "거기까지는 있어줄 수 있는 거잖아요. 외국 분이시고 하니까. 이만큼 했으면 저는 그 이상의 것을 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이후 A 씨에게는 회사 업무 대신 병원에서 사모님을 간병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휴일인 지방선거일을 포함해 나흘, 24시간 내내 병원에서 생활하며 대표 부인을 간호해야 했습니다.

    정작 사장 본인은 병원을 오지 않았습니다.

    [A 씨]
    "섭취물도 제가 다 체크를 해야 되고요. 소변통 가는 것까지 하고. 그 기간 동안 (대표는) 한 번도 병원조차 안 왔어요."

    사적 심부름으로 받아 들일만한 지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녀의 피부과 진료에 동행하는 것은 물론 여드름에 좋은 화장품을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자녀들을 위한 축구교실 가입 정보나 사장이 저지른 교통 범칙금의 의견서 작성도 A 씨의 몫이었습니다.

    동료들도 당시 대표의 지시가 도를 넘었다고 기억합니다.

    [A 씨 전 동료]
    "업무 시간 도중에 사장님 치과 통역하러 간다고 하러 간 적도 있고. 가족 여행을 가야 되는데 PCR 검사를 해야 된다고 같이 가자고. 출근하기가 너무 싫다고 막 했었어요."

    과거 전임 대표이사는 이런 개인 업무 지시를 내린 적이 없는 터라 A 씨는 당혹스러웠습니다.

    [A 씨]
    "비자 갱신, 외국인 등록증 관련된 문제라든지 체재에 관련된 것들이지, 이분처럼 이런 건 전혀 없었죠. 병간호는 말도 안 되고."

    그 뒤에는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월 회사 대표가 A 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겁니다.

    징계 사유는 '업무상 기밀 누설'.

    A씨는 사모님의 병 간호를 하면서 소변통까지 교체한 사실을 동료들에게 하소연했는데 이를 '업무상 기밀누설'로 문제삼은 겁니다.

    [A 씨]
    "갑자기 '네가 내 와이프의 소변통 얘기를 했냐'는 거예요. 근데 어이가 없는 게 그게 징계 사유래요."

    A씨가 노무사를 선임해 대응하자, 대표이사는 징계위를 해산했고, 징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견디다 못한 A 씨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고, 회사는 국내의 한 최대 로펌에 사실 조사를 맡겼습니다.

    하지만 이 로펌은 회사와 법률 자문 계약을 맺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A 씨 측은 조사 주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이 로펌은 대표의 행위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냈습니다.

    A 씨 직무에 '대표이사 가족 서포트'라는 항목이 있고, 사회 통념상 대표의 지시가 부당하거나 과중하다고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A 씨]
    "그 서포트라는 거는 뭐 애들 학교 등록에 관련 문제라든지 그런 수속에 관련된 문제지. 사적인 영역의 서포트는 아니다. 그거는 몸종을 두셔야지."

    사측 법률 자문회사가 회사 대표의 갑질 문제까지 조사하는 상황.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허점 탓입니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신고되면 사실 조사를 해야 하지만, 조사 주체나 방법에 대해서는 규정하는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윤건영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방식을 법률에 명시하는 법 개정이‥"

    회사 대표는 "사적 심부름이나 지시를 내린 적이 없고, A씨 스스로 작성한 업무 범위에 해당 업무들이 포함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법률자문을 하는 로펌이 사실 조사를 한 것이 위법하지 않으며, 회사 자문 변호사들은 배제된 채 사실 조사가 이뤄졌다"고 밝혀왔습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취재 : 정연철, 이종혁, 윤병순 / 영상편집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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