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서울에 북한 이탈 청소년들이 다니는 한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벌써 20년 가까운 역사에, 지금까지 400명 넘게 사회에 진출했는데, 정작 학생들은 늘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정식 학교 건물이 없어서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왜 그런지, 제은효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3년 전 문을 닫은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그런데 이달 들어 중·고생 나이의 학생들이 등교합니다.
북한 이탈 청소년들입니다.
이들이 다니는 대안학교가 최근 이곳으로 옮긴 겁니다.
여명학교는 이 건물의 1층과 2층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수업을 한 지 이제 3주째입니다.
기존 학교 터는, 비좁고 뛰어놀 곳도 마땅치 않았던 터라, 학생들은 신이 났습니다.
[여명학교 학생]
"여기 학교는 완전 천국이죠. 운동장도 있고 학교도 넓어졌고 복도도 있고 급식실도 있으니까."
하지만 짐을 풀자마자 교장은 벌써 다음 이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3년 뒤, 학교를 또 옮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명숙/여명학교 교장]
"포털에서 부동산 뭐 이런 거 있잖아요. 거기 들어가서 이제 (학교 건물) 몇 군데 제가 봐 놓은 데가 있어요‥"
당장 여기서라도 수업을 할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합니다.
폐교 재활용 계획이 시작되는 2026년 전까지 쓰라고, 서울시교육청이 문을 열어준 겁니다.
지난 2019년, 당시 쓰던 남산동 건물의 임대 만료를 앞두고, 은평 뉴타운에 부지를 사들여 건물을 지으려 했지만 일부 주민의 반대로 좌절됐습니다.
[서울 은평구청 관계자 (2019년, 음성변조)]
"(주민들 중) 상당 부분 대안학교 입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현재 106건 정도의 민원이‥"
지난 2004년 개교한 여명학교는 서울교육청이 유일하게 인가한 북한 이탈 청소년들의 중·고등 과정 대안학교입니다.
현 재학생은 80여 명, 지금까지 400여 명이 이 학교를 거쳐 사회에 진출했습니다.
[정준호/여명학교 학생]
"일반 학교에 들어갔을 때 제가 중국 사람과 북한 이탈 여성의 자녀로서 차별도 많이 받았어요. 저보다 (나이) 많은 형, 누나들은 공부할 곳이 없다면 그 부분이 안타깝죠."
그러나 땅을 사서 건물을 지으려 해도 '기피 시설' 취급을 당해 쫓겨나는 데다, 관할 서울교육청 역시 "사립학교의 이전이나 부지 문제를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명학교 측은 "'폐교 활용방안'을 논의할 때 검토라도 해 달라"며 교육당국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취재: 한지은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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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제은효
탈북 청소년 학교가 '기피시설'?‥교장 "이사 오자마자 또 부동산 검색"
탈북 청소년 학교가 '기피시설'?‥교장 "이사 오자마자 또 부동산 검색"
입력
2023-09-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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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09-2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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