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제대로 치료가 안 된 정신 질환자들의 강력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당국의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오릅니다.
그런데 막상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기관에선 전문 인력들이 일을 계속 관두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사건속으로>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화성의 정신건강복지센터.
한 중증 정신질환자의 상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럼 치료는 좀 안 받으셨어요? 아이고, 어떡해요."
이같은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국에 2백여 곳.
연락이나 방문을 통해 퇴원한 중증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응급 상황시 출동까지 해야합니다.
평소엔 자살 예방 같은 일반 시민대상 상담에, 참사 트라우마 극복도 도와줍니다.
그런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관할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적정 수준은 직원 1명당 등록 환자 25명.
하지만 2021년 말 기준 통계를 보면, 절반 이상 지역에서 이 기준을 넘었습니다.
[전준희/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지방에 가면 1명의 직원이 조현병 환자도 봐야 되고요. 자살 고위험도 봐야 되고 아동도 봐야 되고요. 재난 심리도 해야 되고 일반 상담도 해야 돼요."
중증 환자를 방문할 때도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대부분 혼자 다닙니다.
[부산 지역 정신건강전문요원 (음성변조)]
"최근에 저희 선생님 나가셨을 때 대상자분한테 맞고 오시기도 하고… 화가 나서 이렇게 던지시면서 그 물건에 맞기도 하고…"
조사 결과, 전문요원의 91%가 관리 대상자에게 언어폭력을 당했고, 성적, 신체적 폭력 경험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런데도 일부 센터에선 경증·중증 따지지 말고 '상담 건수를 늘리라'는 압박까지 내려옵니다.
[부산 지역 정신건강전문요원 (음성변조)]
"'왜 실적 달성 안 됐냐, 다른 센터는 달성했는데 왜 우리 센터만 이렇게 낮냐…'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좀 들고."
집중 관리 대상 환자에 소홀해 질 수 있는 겁니다.
[하태희/대구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장]
"한 내담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해도 이 분이 너무 설득이 안 돼서 오랜 시간을 내가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집중했다 번아웃(기력 소진)될 정도로 집중을 했다면 굉장히 일을 많이 한 것이거든요."
주로 사회복지사나 간호사인 전문요원은 관련 분야 1~2급 자격증에 1천 시간 이상 수련까지 거쳐야 하는데, 센터에 취업하면 70%가 비정규직이고, 7~8년 경력을 쌓아도 월급이 2백만 원대입니다.
3년 안에 떠나는 직원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정신건강전문요원(음성변조)]
"'센터에서 일을 하면 병만 얻는다. 병만 얻고 나는 나왔다. 당신들도 빨리 탈출하라'고…"
잇단 강력 사건 때마다 범죄자들의 정신 건강관리가 화두로 떠오르지만, 말만 요란한 겁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위동원·임지환·이원석 / 영상편집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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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조재영
[사건속으로] 상담 실적부터 늘리라고?‥떠나는 정신건강 전문요원들
[사건속으로] 상담 실적부터 늘리라고?‥떠나는 정신건강 전문요원들
입력
2023-09-24 19:39
|
수정 2023-09-2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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