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관급자재를 공급하는 업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놓고 여름 휴가비를 요구한 공무원이 있습니다.
전남 여수시의 한 간부급 공무원인데요.
통화 내용을 입수해 들어봤는데, 그는 자신의 상급자, 그리고 팀원들 몫까지 챙겨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문형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초.
여수시청에 근무하는 한 간부 공무원이 관급자재 취급 업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안부를 묻는 밝은 목소리지만 목적은 휴가비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여수시 간부 공무원 (음성변조)]
"갑자기 전화를 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음성변조)]
"그래요. 제가 (휴가비) 생각 못 했네."
[여수시 간부 공무원 (음성변조)]
"아니 생각을 그건 당연히 하는 건 아닌데 다음 주 중으로 하면 되는데… 늦어버리면 너무 그래서…"
전화한 공무원은 상급자인 국장도 챙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근데 얼마를 해야 됩니까?"
[여수시 간부 공무원 (음성변조)]
"아니요 그런 부담 생각하지 마시고…"
[업체 관계자 (음성변조)]
"아니요 제가 국장님한테 드린다는데 뭐를 얼마를…"
국장에 더해 자신의 팀원들에게 줄 휴가비까지 요구합니다.
[여수시 간부 공무원 (음성변조)]
"국장님도 있고, 우리 팀도 좀 보태줘야죠. 그러니까 그리 아시고… 하여튼 미안합니다. 갑자기 전화해서…"
전화를 받은 업자는 이 부서가 담당하는 사업에 납품을 원하는 을의 위치입니다.
[업체 관계자 (음성변조)]
"저희는 '을'이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생각이 좀 복잡했어요."
고민 끝에 업체 관계자는 이후 연락을 하지 않고 휴가비도 주지 않았습니다.
해당 간부 공무원에게 취재가 시작되자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여수시 간부 공무원 (음성변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그런 관계가 되면 과장님 국장님도 당연히 알아야 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국장님하고 인사를 하는 차원에서…"
공무원이 금품을 요구한 경우 실제로 받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형법상 뇌물죄나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여수시 공무원들은 지난해 아파트 인허가 과정에서 건설사 관계자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MBC뉴스 문형철입니다.
영상취재: 정은용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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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문형철
여수시 공무원이 여름 휴가를 즐기는 법
여수시 공무원이 여름 휴가를 즐기는 법
입력
2023-09-26 22:53
|
수정 2023-09-2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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