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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세계적 유산, 물 전쟁에 사라질 위기

물에 잠긴 세계적 유산, 물 전쟁에 사라질 위기
입력 2023-10-14 20:22 | 수정 2023-10-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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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신석기 시대에 한반도에 살던 인류가 절벽에 새긴 그림이죠.

    '반구대 암각화'는 국보이자 세계적 유산인데요.

    올해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도 신청해 놨습니다.

    그런데 올해 80일 가까이 물에 잠기면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물에서 꺼내지 못한다면 세계유산 등재도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어떤 문제들이 있는 건지 기후환경팀 현인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울산 태화강과 만나는 대곡천의 물길이 굽이치는 곳.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새겨있는 그림,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그러나 그림의 절반 정도가 물에 잠겨 보이지 않습니다.

    전체 그림을 보면, 왼쪽에는 여러 종류의 고래와 거북 등 바다 생물의 형상이 있습니다.

    중앙부터 오른쪽에는 호랑이와 사슴 등 육상 동물들도 보입니다.

    약 7천 년 전부터 한반도 남동부에 정착한 인류가 하나하나 바위에 새긴 겁니다.

    물에 잠긴 부분에는 많은 고래와 육상 동물, 사냥하는 사람과 얼굴 형상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뒤 반구대의 모습입니다.

    암각화 주변은 흙탕물이 점령했고 물 위는 쓰레기가 뒤덮었습니다.

    거친 물살과 쓰레기 더미에 훼손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문명대/동국대 명예교수 (반구대 암각화 발견자)]
    "나무라든가 뭐 이런 게 부딪히면 끝 부분이 자꾸 깨질 것 아녜요. 그러면 그림들이 자꾸 손상되는 것이죠."

    지난해 암각화가 물에 잠긴 날은 23일, 올해는 80일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수위가 하루에 15cm씩 낮아지면 이달 하순에나 물 밖으로 나올 전망입니다.

    침수 원인은 폭우입니다.

    8월 이후 이곳에는 장마와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550mm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반구대 주변 수위도 급격히 상승합니다.

    원인은 하류의 댐입니다.

    1965년에 건설된 사연댐은 울산에 식수와 산업용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연댐이 생기면서 대곡천의 수위가 높아졌고 암각화의 위기가 시작됐습니다.

    문화재청은 지난 7월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보로 최종 선정했습니다.

    [박영란/울산시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추진단장]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국내 절차 네 단계와 국제 절차 세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요. 국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수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등재가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21년 환경부와 문화재청, 울산시 등은 사연댐에 수문을 새로 만들고 만수위를 60m에서 47m로 낮추기로 합의했습니다.

    반구대가 잠기는 53m보다 6m 낮은 수위입니다.

    [김종오/케이워터 울산권지사 차장]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홍수량을 조절하도록 그렇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물 확보 갈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울산은 댐 수위를 낮추면서 부족해진 물을 대구의 운문댐에서 가져오고, 다시 대구는 안동댐에서 물을 가져오려 합니다.

    그러나 지자체들 간 최종 합의는 계속 미뤄지고 있고, 예산 647억 원을 확보해 올해 착공 예정인 사연댐 공사는 시작도 못 한 채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 취재: 손지윤, 나경운, 정석훈 (울산MBC) / 영상 편집: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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