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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MBC] 가려움·콧물도 119신고‥이송 거부 못 하는 구급차의 속사정

[제보는 MBC] 가려움·콧물도 119신고‥이송 거부 못 하는 구급차의 속사정
입력 2023-10-17 20:11 | 수정 2023-10-1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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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응급 환자들을 위한 사설 구급차를,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행태에 대해서 어제 전해 드렸는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마치 콜택시를 부르듯이 구급차를 호출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불만 민원을 접수하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제보는 MBC,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7월 31일 새벽, 119구급차가 40대 여성을 태웠습니다.

    스스로 신고한 환자였습니다.

    [신고자(음성변조)]
    "여기서 무슨 응급을 처리하면서 가시는 거예요. 여기 의사 타세요? 이거 에어컨 필터 청소는 하세요?"

    [소방관]
    "…"

    당황스러운 질문에, 소방관은 뭐라 답해야 할지 망설입니다.

    [신고자(음성변조)]
    "저한테 화내 보세요."

    [소방관]
    "괜찮아요."

    [신고자 (음성변조)]
    "아, 뭐가 괜찮으세요. 표정을 보니까 죽을 거 같은데."

    소방관을 폄훼하는 말까지 대놓고 쏟아냅니다.

    [신고자(음성변조)]
    "불길 속으로 왜 뛰어들어, 그 안에? 안 무섭냐고. 돈 벌 일 그렇게 없고 명예가 그렇게 좋아요?"

    이 환자가 구급차를 부른 이유, '피부 가려움증'이었습니다.

    [신고자(음성변조)]
    "제가 지금 갑질하는 걸로 보이세요? 피부 환자를 이렇게 무시하고…"

    '응급 상황 아닐 땐 다른 차량을 이용해 달라'고 권유하자, 병원으로 가는 내내 화를 낸 겁니다.

    [당시 출동 소방관(음성변조)]
    "이것(피부질환) 때문에 내가 죽으면 본인이 책임을 질 수 있냐, 이런 식으로 계속 얘기를 했었고요."

    지난해 119구급 출동은 약 350만 건.

    출동 건수는 해마다 느는 반면, 이송된 환자 인원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규정상 이송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현장 구급대원]
    "이송 거절에 대해서 민원이 들어오면 그 판단을 했던 현장 구급대원한테 모든 책임이 가거든요. 징계라든지…"

    [김길중/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사무처장]
    "'비응급입니다'라고 해도 정말 '야, 너 내가 세금 내고 불렀는데 왜 안 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6년차 소방관 이은용 대원도 민원 탓에 곤욕을 치렀다고 합니다.

    '열도 나고 가래, 콧물 때문에 힘든데 샤워를 해야 하니 30분 있다 와달라'는 신고.

    시간 맞춰 가보니 신고자는 태연히 혼자 걸어나왔습니다.

    [이은용/소방관]
    "저희 원래 목적은 응급환자 이송하는 목적인데 비응급 환자를 그냥 택시 이용하듯이…"

    이 대원은 "구급차를 30분간이나 기다리게 하시면 안 된다"면서도, 원하는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신고자는 "모멸감을 느꼈다"며 민원을 넣었고, 이 대원은 공무원의 '친절 의무' 위반 사유로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1년간 포상 금지 등 불이익을 받게 된 겁니다.

    미국은 구급차 이용이 기본적으로 유료고, 일본에선 "응급의료는 한정된 자원이니 시민들이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지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한지은·이관호 / 영상편집 : 권나연 / 3D 그래픽 : 천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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