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오늘부터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집회와 시위를 경찰이 금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통령실 주변 도로를 집회와 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주요 도로'로 지정한 겁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을 9년 만에 바꾼 건데,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작년 5월 서울 용산에 등장한 대통령 집무실.
당시 경찰이 이곳 주변 집회를 처음 막아선 근거는 '집시법 11조'였습니다.
'대통령 관저 100미터 이내에선 집회를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을 적용해, 성소수자 단체 집회를 금지한 겁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집무실과 관저는 다르다'며 집회를 허용했고, 일곱 달 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 자체를 위헌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집시법 12조에 손을 댔습니다.
'주요 도로'의 집회나 시위는 교통 소통을 위해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이 조항의 '주요 도로'가 어딘지를 명시한 시행령을 바꿔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간 겁니다.
전국 88곳 중 12곳이 빠지고 11곳은 새로 지정됐는데, 서울은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대통령실을 감싼 도로와 그 주변인 용산 일대, 검찰·법원이 위치한 서초역 주변 등이 포함됐습니다.
9년 만의 갑작스러운 시행령 개정인데다 용산에서만 주요도로 두 곳이 추가되자, 당장 정치권부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권인숙 의원/국회 행정안전위 (지난 12일, 경찰청 국정감사)]
"이태원로나 관저 근처 도로에서 집회 신고를 하게 되면, 경찰이 집시법 12조에 따라 교통소통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게 됩니다. 헌재 판결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시행령 개악으로 보이는데요."
[윤희근/경찰청장 (지난 12일, 경찰청 국정감사)]
"'저희가 근거 없이 하는 건 아니다' 하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도로 여건은 물론, 통행량과 통행속도, 유동인구 등을 근거로 바꿨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지난주 국감 당시 요구받은 '주요 도로'의 통행 속도 자료는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권영국 변호사]
"경찰은 금지하고 (소송으로) 행정법원은 허용하는 방식으로 되면 그거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행사하도록 한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거예요."
경찰 관계자는 MBC와의 통화에서 "통행에 지장을 끼치는 '주요도로'만 집회를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난 정부 4년간 경찰이 '교통 혼잡'을 이유로 금지한 집회 시위는 2건인 반면, 현 정부 들어선 1년 5개월간 315건으로 크게 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정우입니다.
영상편집 : 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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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정우
[집중취재M] 대통령실 주변 시위, 앞으론 불가능?‥경찰, 9년 만의 집시법 시행령 개정
[집중취재M] 대통령실 주변 시위, 앞으론 불가능?‥경찰, 9년 만의 집시법 시행령 개정
입력
2023-10-17 20:32
|
수정 2023-10-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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