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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못 살려 죄책감"‥소방관 1,316명의 이태원 트라우마

"더 못 살려 죄책감"‥소방관 1,316명의 이태원 트라우마
입력 2023-10-24 19:54 | 수정 2023-10-2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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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어제 유족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들의 상처도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짐작 조차할 수 없는 이들의 아픔을 김정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소방관들도 평생 한 번 겪어보기 힘든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소방 구조대원]
    "길바닥에 한 40~50명 다 있어요."

    21년차 권영준 소방위도 그 곳에 있었습니다.

    [권영준/소방위 (충무로 119 안전센터)]
    "계속 또 쏟아져 나오는 거예요, 의식 없는 분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 진짠가, 이게 현실이 맞나."

    믿기지 않았지만, 참혹한 현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권영준/소방위 (충무로 119 안전센터)]
    "뛰어 올라가서 다시 또 가슴압박 하고 다시 팔 다리 잡고서 대로로 옮기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고, 땀에 흠뻑 젖는지도 모르고…"

    잊어보려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권영준/소방위 (충무로 119 안전센터)]
    "누워 계신 전체적인 이미지나 아니면 제가 가슴 압박할 때 얼굴 모습이나 이런 것들이 지금도 기억나죠. 전철이나 버스에서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나 그런 분들을 보면 좀 안타까운 마음…"

    책임감은 곧 죄책감으로 변했습니다.

    [권영준/소방위 (충무로 119 안전센터)]
    "공무원의 기본 의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건데 소방관은 더더욱 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되고요. 지키지 못한 거에 대한 죄책감 이런 것들이 있죠."

    그럼에도 출동은 끊이질 않고 구조는 계속돼야 합니다.

    [권영준/소방위 (충무로 119 안전센터)]
    "(그때를) 기억하고 그러면 현장 활동을 해야 되는데 거기에 지장이 있을 수가 있고… 집에 가서는 다 괜찮다고 합니다. 그걸 혼자 마음 컨트롤하고 혼자 느끼고 그렇게 하는 거지…"

    용산소방서 소속이던 김영구 소방위는 그날이 '비번', 쉬는 날이었습니다.

    사망자가 나온다는 소식에 무작정 소방서로 달렸습니다.

    [김영구/소방위 (용산소방서)]
    "전화는 말도 없이 많이 왔습니다. 군 휴가 간 장병 부대에서도 전화가 왔고요. 따님을 애타게 찾는 어머님의 절규도 들었죠."

    하지만 현장에 못 나갔다는 게 깊은 후회로 남아 있습니다.

    [김영구/소방위 (용산소방서)]
    "갔다 오신 분들이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을 못 자는… 제가 출동을 했으면, 제가 근무날이었으면, 도와주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프죠."

    참사 트라우마로 아직 치료 중인 소방대원들은 1천316명.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시간 내기 힘들어서 치료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백종우/ 교수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제복 근무자들의 특징 중에 하나입니다. '내가 빠지면 더 큰 부담이 가니까', '다른 사람들도 아픈데 참고 있으니까', 참고 억제하다 보면 이게 쌓여가거든요. 안전한 곳에서 이 기억과 감정을 재처리할 수가 있어야… "

    주기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지만, 소방관을 위한 국립병원은 내후년, 트라우마센터는 1년이 더 지나야 문을 열 예정입니다.

    MBC 뉴스 김정우입니다.

    영상취재 : 김희건·이상용 / 영상편집 :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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