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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오겠다며 왜 안 와"‥아들 제삿상 앞에 오열한 엄마

"금방 오겠다며 왜 안 와"‥아들 제삿상 앞에 오열한 엄마
입력 2023-10-29 20:02 | 수정 2023-10-2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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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영문도 모른 채 유족이 됐고, 그렇게 꼭 1년을 보낸 분들은 오늘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식의 제삿상까지 차리게 된 엄마는 또 눈물을 쏟아야 했습니다.

    어느 유족의 하루를 제은효 기자가 함께했습니다.

    ◀ 리포트 ▶

    지금도 아들의 방문은 닫혀 있습니다.

    주인 없는 방의 적막감이 무서워 못 열어봤다고 합니다.

    다시 차가워진 밤 공기만으로도 그날의 공포가 밀려듭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새벽에 아이 찾아다녔던 그 느낌이… 나도 모르게 그게 어젯밤에 떠오르더라고."

    밤새 잠을 못 이룬 채 뒤척이다 10월29일 아침을 맞았습니다.

    남훈 씨가 잠들어있는 수목장지.

    아들 친구들이 옆을 지켜줬습니다.

    "사진들이 많이 바랬구나 이제."

    아들의 묘비에 엄마는 물을 붓고 어루만지듯 깨끗이 닦습니다.

    어린 남훈이를 씻겼던 그 마음입니다.

    먼저 간 자식 앞에 차려진 제삿상.

    명복을 빌다가 결국 울음이 터져나옵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친구 만나고 오고… 금방 오겠다고 가 놓고. 1년이나 돼 가는데 왜 안 와. 엄마 항상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엄마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오고 편하게 잘 있어."

    장지를 떠나 서울을 향합니다.

    같은 처지의 유족들이 차창 밖으로 떠오릅니다.

    함께 싸우며 위로했던 버팀목이었습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1년을 길 위에서 물었다? 그래도 대답해줄 놈들은 하나도 없더라… 노숙 농성도 해보고 삼보일배, 걷기, 국회에 가서 싸우기도 하고…"

    이태원에 도착했습니다.

    그새 어떻게 바뀌었을까.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지고 손을 어디에 둘지 모릅니다.

    차마 와볼 수 없었던 그 골목을 1년 만에 다시 마주했습니다.

    말문이 막히기는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너무 좁아 보이고 너무 작아 보여. 어떻게 이 골목에 그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는 게 상상이 안 가네…"

    아들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 엄마는 꽃 한 송이 건네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무의미한 희생이 되지 않도록 더 힘을 내겠다고 다짐합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아프고 힘든 골목인데, 앞으로는 이 사회에 대해서 정부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는 그런 골목이 됐으면 좋겠는 거죠."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촬영: 정연철 / 영상편집: 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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