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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N이슈] '임금체불'에 꺾인 청년들 "이제 취업 안 할래요"

[노동N이슈] '임금체불'에 꺾인 청년들 "이제 취업 안 할래요"
입력 2023-11-11 20:14 | 수정 2023-11-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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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8만 명, 1조 1,400억 원.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한 임금 체불 피해 규모입니다.

    단 9개월 동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월급은 한 달 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청년들은 더욱 그럴 텐데요.

    임금 체불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을 차주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총 1300 정도.."

    "2200만 원 정도입니다."

    "저는 700만 원 정도.."

    나이도, 금액도 제각각인 일곱 명의 청년은 한 직장에 다녔습니다.

    모두 몇달치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합하면 1억 1천 2백만 원입니다.

    [김기범(21세)/임금체불 피해자]
    "첫 직장이고 그런데 이제 입사하자마자 3~4개월 만에 또 월급이 밀려버리니까..."

    이들이 일했던 직장은 공유주방 업체인 '키친엑스'.

    [키친엑스 대표/업체 홍보영상]
    "키친엑스는 2019년 설립되었으며, 대한민국 제1호 배달형 공유주방 규제 샌드박스를 받은 회사입니다."

    규제 샌드박스, 공유기업, 스타트업.

    내세운 간판은 화려했고, 청년 구직자들이 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영훈(27세)/임금체불 피해자]
    "성장 속도도 빠르고, 2022년 안에 매장을 20개 오픈한다고 까지도 얘기를 들어서 비전을 갖고 입사를 했는데..."

    매장 수는 계속 늘어갔지만, 투자 유치는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처음엔 며칠 씩 밀리던 월급이 2022년 11월부터는 아예 끊겼습니다.

    [진정훈(29세)/임금체불 피해자]
    "매장이 총 8개가 있었는데 3개를 정리하면 월급을 줄 수 있다. 계속 얘기를 하니까 저희는 믿은 거죠."

    한달 월급으로 한달을 먹고사는 청년들에게 현실은 가혹했습니다.

    매장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교통비를 빌려서 출퇴근했습니다.

    체불 액수가 늘어날수록 일을 할 수도, 그만둘 수도 없었습니다.

    [김기범(21세)/임금체불 피해자]
    "제가 '혹시 나가면 바로 밀린 월급을 처리해 줄 거냐'라고 물어봤을 때 '아,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다니고 있으면 줄 거다' 이런 식으로 이제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기 때문에 쉽게 퇴사를 못했습니다."

    ---

    6개월치 월급이 밀린 2023년 5월, 키친엑스 모든 매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과 경기지역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한 임금체불 피해자만 30명.

    취재진은 본점으로 등록된 경기도 부천의 한 사무실을 찾아가봤습니다.

    [입주업체 관계자]
    (여기 6층에 혹시 키친엑스라는 업체 보신 적 있으세요?)
    "키친엑스는 처음 듣는데. 이 건물에서 못 봤는데. 6층은 특히 없고요."

    [건물 관리인]
    (이 업체는 보신 적이 없으세요?)
    "없어요. 여기 아예 들어오지를 않았다니까."
    (주소는 여기 맞는 거잖아요?)
    "사기친 것 같은데, 사기업체인데 이게."

    ---

    임금체불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고, 사장은 휴대전화까지 없앤 채 잠적했습니다.

    [진정훈(29세)/임금체불 피해자]
    "한 달 전부터는 아예 없는 번호라고 뜨더라고요. 아예 연락 두절. 그래서 사실은 포기한 상태에요."

    청년들이 고통을 겪는 동안, 정부는 많은 약속을 했습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지난 9월 25일, 정부합동 임금체불 근절 담화문 발표)]
    "임금 체불은 노동의 가치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반사회적인 범죄입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지난 5월 3일, 상습체불 근절대책 발표)]
    "특히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의 임금이 체불되면 학자금 대출 상환이나 주거비 등의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자칫 신용불량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취업대신 창업을 택했습니다.

    [김영훈(27세)/임금체불 피해자]
    "또 이렇게 급여를 못 받는 일이 생길까 '얼마나 탄탄한 회사인가' 그것부터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월급을 못 받을까봐, 중대재해 사고를 당할까봐, 과로사에 내몰릴까봐,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진정훈(29세)/임금체불 피해자]
    "나라도 나 몰라라 하고, 중소기업 대표도 나 몰라라 하면 이거에서 근로자만 피해받는 상황인데, 당연히 저라도 안 갈 것 같아요.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데. 임금에 대해서도 근로시간에 대해서도 그렇고..."

    키친엑스에 대한 임금체불 진정 30건 가운데 송치된 사건은 3건,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은 현재 2건입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한재훈/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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