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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친환경 대체품 시장 무너진다" 더 멀어진 '플라스틱 프리'

[집중취재M] "친환경 대체품 시장 무너진다" 더 멀어진 '플라스틱 프리'
입력 2023-11-14 20:08 | 수정 2023-11-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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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어제부터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국제협약을 맺기 위해서 각 나라 간의 협상이 진행이 되고 있는데요.

    우리 정부는 여기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일회용품 규제를 완화하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죠.

    이 때문에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제품을 생산해 오던 업체들이 문을 닫을 지경이 됐고, 시장 자체가 붕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민욱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불 꺼진 공장.

    기계들은 멈춰 섰습니다.

    지난주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사실상 허용한다고 발표한 날, 이 종이빨대 공장의 불도 꺼졌습니다.

    10명이 넘던 직원들도 한 명 빼고 모두 내보냈습니다.

    오는 24일부터 플라스틱 빨대가 금지될 거라는 정부 말을 믿고, 이 업체는 얼마 전까지 생산량을 늘려왔습니다.

    [한지만/종이빨대 업체 대표]
    "'(한 달 전만 해도) 현재 입장은 법령대로 갈 것이며 저희(환경부)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그렇게 분명히 얘기를 했거든요."

    하지만 환경부는 갑자기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고, 플라스틱 빨대 허용으로 받아들인 시장에선 종이빨대 주문이 끊겼습니다.

    [한지만/종이빨대 업체 대표]
    "진짜 하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우리 식구들 생각나, 직원들 생각에…"

    경기도 파주의 또 다른 빨대 공장.

    수년 내에 분해되는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빨대를 만듭니다.

    역시 지난주부터 주문은 사라졌고 계약한 물량도 줄줄이 반품되고 있습니다.

    [김지현/생분해 빨대 업체 대표]
    "저희는 생분해 빨대를 사명감을 갖고 만든 거죠. 어떻게 이 정부를 신뢰하고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그 부분이 참 난감하고요."

    피해는 빨대 업체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업체는 4년 전부터 전국에 종이빨대 생산 기계 약 50대를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4대는 계약이 취소됐고 5대는 잔금 지불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오정규/종이빨대 생산설비 업체 대표]
    "그 발표 한마디에 정말 이 중소기업체 친환경을 준비한 회사로서는 무너지는 심정이죠 그냥."

    폭넓게 쓰이는 플라스틱을 규제하려면 대체품 확보가 필수적이고, 종이빨대와 생분해 빨대가 바로 대체품입니다.

    아직 플라스틱 빨대보다 두 배가량 비싸지만 몇 년 사이 가격이 많이 내렸습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늘고 기술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이제는 플라스틱 빨대를 시작으로 친환경 대체품 시장의 붕괴까지 우려됩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대체품 시장이 이렇게 한번 붕괴를 해버리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이후에 누구도 투자를 하려고 안 할 거거든요. 계속 플라스틱빨대로 가겠다는 얘기가 돼버리는 거죠."

    환경부는 우선 종이빨대 업체들에 금융지원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제적인 플라스틱 감축 움직임에 따라 머지않아 규제 도입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대체품 시장은 존폐 위기에 내몰렸고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정연철·강종수·임지환 / 영상편집 :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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