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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이 간다] "아동성범죄는 영혼 살인" 미국 소멸 시효 폐지 물결

[특파원이 간다] "아동성범죄는 영혼 살인" 미국 소멸 시효 폐지 물결
입력 2023-11-15 20:35 | 수정 2023-11-1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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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뉴욕 특파원 강나림입니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성범죄.

    프랑스에서 조사한 피해자만 33만 명, 미국에서 교회가 지불해온 보상금 규모는 우리 돈 3조 원이 넘습니다.

    지금도 광범위한 관련 조사와 재판이 진행중인데요.

    사제들의 성범죄가 수십년 간 이어진 건, 피해자들 상당수가 아동과 청소년이어서 가해자들이 입막음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아동성범죄만큼은 많은 시간이 지났더라도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도 커지고 있습니다.

    ◀ 리포트 ▶

    미국 곳곳에서 이어져온 사제들의 성범죄.

    메릴랜드주 피해자만 6백 명이 넘습니다.

    당시 피해자를 MBC 취재진이 만났습니다.

    그녀는 1968년 키오프 대주교 고등학교에서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수많은 여학생들이 똑같이 끔찍한 일을 당했지만, 어디에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테레사 랭캐스터/가톨릭 아동성범죄 피해자]
    "그는 책상 위에 총을 올려놓고 어디에 얘기하면 죽이겠다고 했어요. 무서웠어요. 그는 거대한 성인 남자였고, 우리는 여고생일 뿐이었어요."

    20년이 넘게 지나 가해자를 고발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피해 보상 요구는 소송을 시작해야 하는 시한인 '소멸시효'에 가로막혔습니다.

    하지만 다른 피해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그녀가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사제들의 성범죄를 증언한 다큐멘터리는 미국 전역에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테레사 랭캐스터/ The Keepers (천사들의 증언) 출연]
    "저는 1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성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후 2019년 버몬트주를 시작으로 2021년 메인주, 작년엔 미국 연방 의회가 아동성범죄 소멸시효를 폐지했습니다.

    지난달엔 그녀가 있는 메릴랜드주에서 소멸시효가 사라졌습니다.

    [조나단 슈코어/가톨릭 아동성범죄 피해자 변호사]
    "메릴랜드주의 성학대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승리를 가져다 주는 법입니다. 피해자들은 이제 민사 소송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녀는 49세 나이에 변호사 자격증을 따서 뒤늦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소송을 돕고 있습니다.

    한국의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10년.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테레사 랭캐스터/가톨릭 아동성범죄 피해자]
    "제가 소송을 결심한 건 40살 때였습니다. 스스로에게 벌어진 일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부족한 시간입니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아동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는 나이는 평균 52세였습니다.

    어렸던 피해자들이 법정에 서기까지 그만큼 긴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테레사 랭커스터/가톨릭 아동성범죄 피해자]
    "아동성범죄는 영혼 살인입니다. 어릴 때 이런 일을 겪으면, 평생 영향을 미칩니다."
    (피해자가 나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네, 피해자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요."

    올해에만 미국에선 37개 주가 아동성범죄 소멸 시효를 재검토하거나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뉴욕에서 MBC뉴스 강나림입니다.

    영상취재 : 안정규(뉴욕)/영상편집 : 김창규
    영상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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