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달 서울지하철 6호선에서 전동차 출입문이 열린 채로 운행하는 위험천만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는데요.
사고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더니, 당시 기관사는 문이 안 닫히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도 출입문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하고, 열차 운행을 강행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손하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달리는 지하철의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고 아슬아슬한 위치에 승객들이 서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서울지하철 6호선 열차가 월곡역에서 문을 연 채 출발했습니다.
[사고 목격자]
"좀 많이 당황스러웠거든요. 다들 뭔가 도망가긴 해야 되는데 어쩔 줄 몰라했다가…"
문이 닫히지 않은 건 출입문 틈에 작은 콘크리트 조각이 끼여서였습니다.
월곡역 역무원이 문이 열려있다는 수신호를 보냈지만, 열차는 그대로 출발해 버렸습니다.
당시 기관사는 문제가 생긴 칸을 찾아가서 출입문 위에 있는 '바이패스' 설비를 작동시켰습니다.
출입문 고장을 무시할 수 있도록 이 설비를 조작한 기관사는 고장 난 문을 활짝 열어둔 채로 운전실에 복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운전실의 열차종합제어장치(TCMS) 화면.
초록색 등이 꺼져있습니다.
문이 닫혔다는 신호입니다.
실제로는 문이 열려있음에도 이런 신호가 뜬 건 앞서 기관사가 고장을 무시하라는 바이패스 설비를 작동시켰기 때문입니다.
기관사는 이 신호에 근거해 두 차례에 걸쳐 "출입문에 이상이 없다"고 관제실에 보고했습니다.
관제실은 기관사의 엉터리 보고를 듣고 출발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후 내부 조사에서 기관사는 "초록색 등이 꺼진 걸 보고 문이 닫힌 줄로 알고 열차를 출발시켰다"는 진술을 내놨습니다.
이런 사고는 지난해 11월에도 있었습니다.
7호선 열차가 문이 열린 채 청담대교를 건넜는데, 당시에도 기관사가 고장 무시 설비를 작동하고 열차를 운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사고 이후 '문이 하나라도 열리거나 닫히지 않으면 차량기지로 회송'하도록 하는 규정이 생겼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유경준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매뉴얼이 강화됐는데 안 지켜진 부분이 큰일이고요.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었기 때문에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리고 승무원들의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사고가 반복되자 서울교통공사는 출입문이 고장 나도 기관사가 개별 출입문의 고장 무시 설비(바이패스)를 작동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고, 즉시 승객을 하차시키는 등, 안전 매뉴얼을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남성현 / 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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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손하늘
[단독] 문 열어둔 채 달린 지하철‥규정 강화하고도 '엉터리 보고'
[단독] 문 열어둔 채 달린 지하철‥규정 강화하고도 '엉터리 보고'
입력
2023-11-24 20:22
|
수정 2023-11-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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