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기억하실 겁니다.
폭우에 한순간 침수되면서 14명이 목숨을 잃었었죠.
참사로 얻은 교훈 가운데 하나는 지하차도에도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안전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이병선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11월 개통한 청주 오창 지하차도.
수백 미터에 달하는 내부에 대피로가 없고 손으로 붙잡고 빠져나올 피난시설도 없습니다.
폭우로 침수돼 차량이 갇혔을 때 거센 물살을 헤치고 나올 방법이 없는 겁니다.
[박노학/청주시의원]
"일반 성인들도 사실 50cm 정도 물이 찼을 때 보행이 어렵다고 봅니다. 그때 가장 필요한 건 (대피) 유도 핸드레일, 방향지시판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퇴근길 차량정체가 심한 터미널 앞 지하차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지대가 낮은 중심부에 갇히면 꼼짝없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양쪽에 보행자 통로가 있는 소규모 지하도의 경우도 탈출할 방법이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지면에서 보행자 통로까지 높이가 성인 키보다도 높아 난간을 붙잡기가 어렵고, 난간이 없는 곳에 멈춰서면 차량 지붕에 올라가도 붙잡을 게 없습니다.
도나 시가 관리하는 청주지역 지하차도 15곳 가운데 대피로가 있는 곳은 현도 양지지하차도 단 한 곳 뿐.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직후 부산 남구청은 숨 쉴 수 있는 에어포켓으로 타고올라갈 비상대피 사다리를 설치했는데, 정작 청주지역 지하차도 15곳 가운데 비상대피 사다리나 대피유도 핸드레일 등 피난시설이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침수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수배전반을 지상에 설치한 건 60%, 비상발전기가 있는 곳은 27%에 불과합니다.
국토부가 관리하는 지하차도의 경우 지자체가 안전시설 현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보니 같은 청주지역에 있어도 대처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박노학/청주시의원]
"국토교통부가 6곳,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4곳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 10곳도 청주시에서 선제적으로 점검해서 필요한 부분, 재난시설이라든가 피난 시설을 선제적으로 도와 국토부와 협의해서…"
여러 해에 걸쳐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구조적인 개선은 당장 어렵더라도, 장마가 시작되는 내년 여름 이전에 비상대피 사다리나 핸드레일 만이라도 제대로 갖춰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MBC뉴스 이병선입니다.
영상취재: 신석호(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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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병선
대피 사다리도 없는 지하차도‥안전 불감증 언제 바뀌나
대피 사다리도 없는 지하차도‥안전 불감증 언제 바뀌나
입력
2023-11-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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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11-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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