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서 특히 고령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상품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은행원이 권유하는 대로 가입을 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은행이 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했는지, 또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금융 당국이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고재민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 리포트 ▶
메모지에 빨간색으로 '녹취 파일'이라고 쓰여 있고, 그 아래 따라 쓴 듯한 서툰 글씨가 보입니다.
학교에 다닌 적 없어 글을 겨우 읽고 쓰는 수준인 74살 김 모 씨는 지난 2021년 노후자금 등 총 2억 7천여만 원을 홍콩H지수에 연계된 ELS에 투자했습니다.
[임 모 씨/74살 홍콩H지수 ELS 가입자 딸]
"'어머니한테 이렇게 펀드같이 위험한 거였으면 내가 권해드리지도 않았다. 이거는 안전하고 지금 누구나 다 하고 못해서 안달인 거다'. 그걸 그대로 믿고 쉽게 가입을 한 거예요."
고객이 상품 위험성 등을 이해했음을 기록하기 위해 은행이 남긴 당시 녹취에는 김 씨가 은행원의 말을 따라 겨우 대답하는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은행원/가입 당시 녹취 (2021년 4월, 음성변조)]
"여기 한 번만 읽어주시면 돼요. 여기 본인은."
[김 씨/가입 당시 녹취 (2021년 4월, 음성변조)]
"뭐라고요?"
[은행원/가입 당시 녹취 (2021년 4월, 음성변조)]
"그냥 읽으시면 돼요."
[김 씨/가입 당시 녹취 (2021년 4월, 음성변조)]
"본인."
[은행원/가입 당시 녹취 (2021년 4월, 음성변조)]
"ELS…"
[김 씨/가입 당시 녹취 (2021년 4월, 음성변조)]
"ELS…"
또 다른 72살 여성도 비슷한 시기, 은행원 권유에 1억 원을 홍콩H지수 ELS에 투자했습니다.
가입해 둔 연금이 없어, 대신 남편과 쓰려고 모아둔 노후자금이었습니다.
[72살 홍콩H지수 ELS 가입자 (음성변조)]
"은행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은) 여태까지 없었다고 그러더라고요. 체크할 때 내가 눈이 잘 안 보이니까, 은행 직원 여기 이렇게 해주고, 사인하라면 사인하고…"
이처럼 고령 투자자들이 ELS가 어떤 위험성을 가진 상품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은행원 권유에 이끌려 가입했다는 증언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은행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복현/금융감독원장]
"고령자들에게 특정시기에 고액이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과연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에 대해서…"
또, 상품 위험성에 대해 이해했다는 투자자의 자필 서명이나 관련 녹취가 있어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은행 주장에 대해서도 '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며 압박했습니다.
[이복현/금융감독원장]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식으로 들리는 게 아닌가… 질문에 '네네' 답변하라고 해서 '네네'라고 답변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아무런 책임 다 없고 면제될 수 있는 건지…"
다만 ELS를 아예 팔지 말라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당분간 모든 ELS 상품을 팔지 않기로 했고, 신한과 우리은행은 이미 작년 말 홍콩H지수 연계 ELS는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이번에 ELS 상품 판매가 집중됐던 국민은행 등도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 독고명 / 영상편집 : 민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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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고재민
고령 투자자들 "은행원이 하라는 대로"‥금감원 "은행 권유 적절했는지 검토"
고령 투자자들 "은행원이 하라는 대로"‥금감원 "은행 권유 적절했는지 검토"
입력
2023-11-29 19:58
|
수정 2023-11-2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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