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송정훈 기자입니다.
12월을 하루 앞둔 오늘 올가을 들어 가장 큰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뚝 떨어진 기온에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은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지만, 이런 한파가 유독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연탄 난로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나야하는 판자촌 주민들인데요.
실제로 어떻게 이 추위를 견디고 있는지,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올해 초 화마가 할퀴고 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다시 겨울이 찾아왔지만, 주민 11명은 천막으로 된 임시 텐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안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돕니다.
천막 안 기온은 8도, 4도인 바깥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안병식]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인데 이제 뭐 열악하다 보니까. 밤에 이제 자다 보면 체감온도는 한 영하 20도? 그러니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추워요."
이들이 의지하는 건 주워온 전기장판과 연탄 난로 하나.
하지만 연탄이 부족해 맘껏 쓸 수 없습니다.
[안병식]
"연탄을 좀 펑펑 때야 되는데, 내년 봄까지 이걸 때야 되니까 분명히 모자랄 거란 걸 예상 하니까 서로 이제 그거를 눈치를 주는 거예요."
천막보다 낫다지만, 연탄 난로로 추위를 이겨낼 수 없는 건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모 씨]
"방이 2개인데 이 1구 3탄 (연탄난로) 이런 거 가지고는 저 밖에서 보일러 돌리면 회전이 안 돼요. 전기장판 쓰고 그냥 이걸로 해서 우리 웃풍 없게…"
낮에도 영하권이었던 오늘,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선 부랴부랴 연탄을 들여놓습니다.
고지대에 사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연탄은 겨울을 나는 유일한 땔감입니다.
[곽오단]
"(복지단체에서) 저거 난방 켠다고 저거 사다주고 가데요. <난로도 있는데 이거 혹시 안 쓰세요?> 늙은이가 뭐를 알아야지, 켤 줄도 모르고…"
현관문 위에 난 구멍으로 찬바람이 숭숭 새어 들어오는데도 마음껏 연탄 난로를 쓸 수도 없어 바지를 세 겹씩 껴입습니다.
지난해보다 연탄값이 장당 약 100원씩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연탄 기부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허기복/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
"저희가 금년에 사실은 300만 장 목표로 했는데, 후원이 작년보다도 한 절반 정도 부족해서 지금 겨우 나눠준 것이 한 160만 장 정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집은 전국에 약 7만 4천 가구.
이 중 90% 가까이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저소득층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에너지 바우처'로 연탄 구입을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허기복/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
"80살이 넘고 또 눈이 어두우시기도 하고 그래서 카드를 쓰기도 좀 어려울 때도 있고, 현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에너지 바우처 제도가 뭔지도 모르시는 그런 분들도 많기 때문에…"
연탄에 의지하는 취약 계층에게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송정훈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이상용 / 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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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송정훈
[바로간다] 본격 찾아온 한파‥급감한 연탄기부에 겨울나기 '막막'
[바로간다] 본격 찾아온 한파‥급감한 연탄기부에 겨울나기 '막막'
입력
2023-11-30 20:15
|
수정 2023-11-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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