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6년간 의붓딸을 성폭행한 남성이 지난달 징역 25년 형을 받았지만, 딸은 이미 반년 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 지난달 전해드렸는데요.
이 끔찍한 범행을 방조한 친어머니가 딸이 숨지기 직전까지 '고소를 취하하라'고 강요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서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친어머니와 의붓아버지가 이룬 가정에서 살던 정현(가명)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의붓아버지의 성폭력에 시달렸습니다.
거부하면 "비싸게 군다"며 욕설과 폭언을 했고, 허벅지에 피멍이 들도록 때리기도 했습니다.
견디다 못해 중학교에 들어간 뒤 피해 사실을 털어놨지만 친어머니는 '잠꼬대'로 치부하며 외면했습니다.
심지어 의붓아버지는 반발을 막으려 정현이에게 강제로 술을 먹인 끝에, 알코올 중독에 이르도록 했습니다.
범행이 6년째 이어지던 올해 1월, 결국 따로 살던 친아버지와 함께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정현(가명) 친부 (음성변조)]
"'아빠가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고 '아빠는 할 수 있는 거 모든 걸 다 할 거'라고… 아이가 힘들었던 거, 억울했던 거, 이건 풀어줘야 되잖아요."
어찌 된 일인지 경찰은 같이 사는 의붓아버지를 신고 석 달 만에야 구속했습니다.
딸이 당한 인면수심의 범행을 줄곧 모른 척했지만, 정현이는 그런 어머니를 감쌌습니다.
학대를 방임한 잘못이 있는 어머니에 대해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딸이 아닌 새 남편을 편들었습니다.
의붓아버지가 고소되자 SNS에 "이렇게 사느니 죽겠다"고 적어 놓는가 하면, "너도 좋아서 한 적 있다고 들었다"며 고소를 취하하라고 수차례 요구했습니다.
[OO성폭력상담소 관계자 (음성변조)]
"내 편이 되어야 될 그 시기 엄마는 내 편이지 않았던 거죠. '나를 이 구렁텅이에서 이 지옥에서 나를 꺼내줄 수 있는 곳이 아무 데도 없다' 사실은 이런 게 아이한테 더 큰 절망감이지 않았을까…"
'가정의 평화가 나 때문에 깨졌다'고 자책한 정현이는 잠시 중단했던 자해와 자살 시도를 다시 하는 등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한 달 간 입원까지 했지만 지난 5월 끝내 세상을 등졌습니다.
[정현(가명) 친부 (음성변조)]
"(퇴원) 이틀 뒤에 아이가 투신해서 하늘나라로 갔어요. 그때 병원에서 확인된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가) 0.28이었어요."
그 뒤 반년이 더 흐른 지난달, 뒤늦게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의붓아버지는 억울하다며 항소했습니다.
비극 속에 딸을 앞세워 보낸 친아버지는 정현이의 마지막 편지를 지니고 다니며 또다시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현(가명) 친부 (음성변조)]
"딸아이는 지금 세상에 없는데 가해자는 눈 뜨고 살아 있는 거잖아요. 제 딸아이한테 정말 진심어린 사과 한 번도 없었습니다."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 임지환 / 영상편집: 유다혜 / 삽화: 강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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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유서영
[단독] 계부 성폭력에 시달렸는데 친엄마가 '고소 취하' 강요
[단독] 계부 성폭력에 시달렸는데 친엄마가 '고소 취하' 강요
입력
2023-12-05 20:15
|
수정 2023-12-0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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