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오늘 뉴스데스크는 또다시 우리 법이 약자를 지켜주지 못한 무거운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24살 김용균 씨가 숨진 지 사흘 뒤면 5년이 되는데요.
대법원이 오늘 원청업체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끝내 이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한 겁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차마 법정을 떠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왜 법원이 힘없는 약자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느냐"고 울먹였습니다.
먼저 김지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가로 48cm, 세로 73cm, 성인 허리에 못 미치는 낮고 네모난 구멍.
지난 2018년 12월 10일 밤,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에 입사한 지 석 달 된 24살 청년 고 김용균 씨가 이 구멍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몸을 구겨 넣고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몸이 말려 들어갔습니다.
2인 1조 근무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숨진 김 씨는 4시간 넘게 방치됐습니다.
20개월 만에 검찰은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업체 양측 임직원 14명을 기소했습니다.
그의 5주기를 사흘 앞두고, 재판이 끝났습니다.
대법원은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 법인과 김병숙 전 사장에게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1심에선 유죄였다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권유환 전 본부장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현장의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 책임까지 원청업체 대표와 고위임원에게 묻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병숙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고 한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다는 증거 아닙니까?"
김 씨가 숨진 태안화력 9호기, 10호기를 관리하고 감독한 10명은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모두 금고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실형은 없었습니다.
[이태성/고 김용균 씨 동료]
"용균아. 정말 미안하다. 네가 죽은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선다."
'용균이 엄마'로 5년을 싸워 온 김미숙 씨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다른 기업주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안전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판결이 선고된 직후 법정을 떠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던 김 씨는 "법이 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느냐, 내 아들이 죽었는데, 당신 아들이 죽었어도 이렇게 판결했을 거냐"고 대법관들을 향해 외치듯 물었습니다.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영상취재 : 정인학 / 영상편집 : 이정근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김지인
고 김용균 사망 원청 끝내 무죄‥"법이 왜 사회적 약자를 못 지켜주나"
고 김용균 사망 원청 끝내 무죄‥"법이 왜 사회적 약자를 못 지켜주나"
입력
2023-12-07 19:49
|
수정 2023-12-07 21:42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