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일수록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어제의 비극을 오늘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인데요.
현실은 다른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몇 년 전 인권 투쟁의 현장마다 기억의 동판을 설치했는데요.
상당수가 영문도 모른 채 사라져버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변윤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평화시장 노동자였던 스물 두 살 청년 전태일.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을 택한 지 어느덧 53년이 흘렀습니다.
청계천엔 열사의 동상이 서 있고 그 옆엔 작은 동판이 설치돼 있습니다.
원래 평화시장 앞 인도에 있었다가 사라진 걸 되찾아 아예 동상 옆에 붙여둔 겁니다.
[조규백]
"70년대 노동운동의 기점을 마련하신 분이잖아요. 약한 노동자들을 위해서 분신하는 것을 기리고자 왔습니다."
이곳 외에도 서울시는 민주화 운동, 언론자유 운동 등 근현대사 속 인권 현장에 동판을 설치했습니다.
이른바 인권 서울 기억 사업입니다.
서울시가 2016년부터 설치한 동판은 모두 61개.
하지만 지난해 '동판이 사라졌다'는 민원을 받아 점검한 결과 이 중 8개가 사라진 걸로 나타났습니다.
2개는 다시 세웠지만 6개는 여전히 사라진 그대로입니다.
고 장준하 선생이 군사독재를 비판한 시사월간지 사상계 옛터를 가봤습니다.
사상계를 발행하던 옛터 앞에 설치됐던 동판도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인권 탄압 기관이었던 옛 중앙정보부 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판이 언제, 어디로 갔는지 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공사 중 기념 동판인 걸 모르고 작업자가 처리했거나, 도난당했을 걸로 추정할 뿐입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인권기억 사업 동판 복원 공사를 다시 추진하겠다며, 해당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변윤재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영상편집: 최문정
영상출처: 한국정책방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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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변윤재

사라진 '인권서울 기억' 동판들‥복원 안 된 채 '방치'도
사라진 '인권서울 기억' 동판들‥복원 안 된 채 '방치'도
입력
2023-12-0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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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12-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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