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5년 전 오늘,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숨졌습니다.
당시 24살이었던 김 씨는 한밤중에 홀로 점검에 나섰다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습니다.
이후 노동현장의 안전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는 등, 지난 5년간 일부 제도적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그렇다면, 현장은 그만큼 안전해졌을까요?
현장 노동자의 이야기를 송서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바다 위에 떠 있는 태양광 발전 설비입니다.
가는 밧줄에 몸을 의지하며 유지보수를 위해 수상발판을 건너는 작업자, 갑자기 발판 하나가 물아래로 가라앉습니다.
"이거, 이거. 안 돼, 안 돼. 못 들어가. 이거 빠져요, 빠져."
이곳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김영훈 씨는 지난 여름 실제로 바다에 빠졌습니다.
[김영훈/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그때는 거의 가슴까지 몸이 잠겼었죠. 점검하고 보러 가는 와중에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니까 부표가 멀쩡한지 함정 밟은 것처럼 그냥 확 빠진 거죠."
김 씨가 일하는 발전소는 5년 전 김용균 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원청업체는 바로 한국서부발전입니다.
안전사고 위험에 대해, 발전소 측은 "수상 태양광 설비는 2년여 전 민원이 제기돼 정비를 마친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2인 1조 작업에 안전 수칙도 모두 손본 뒤 지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김영훈/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애초에 안전을 고려되지 않게 설치된 장비들이 부지기수로 많아요. 설비 자체를 바꾸는 데는 엄청 큰돈이 들어가잖아요."
안전보다 효율을 앞세운 작업 현장도 그 위험성도 그대로이고, 이런 일은 대부분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태성/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 대표자회의 간사]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내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안전이라든지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습들이‥"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발전 5사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희생자 4명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크레인에서 떨어진 안전장치가 신호수를 가격해 작업자가 숨졌고, 지난 2월에는 지상 15미터 높이에서 낙탄을 떨어트려 처리하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떨어져 숨졌습니다.
다친 사람까지 포함하면 사고를 당한 10명 중 8명 이상은 하청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고발생 시 원청업체도 처벌하게 한 법 개정 취지대로 이제는 법원이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판결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
"위험의 외주화, 안전의 외주화 실태를 좀 봐달라. 이런 판결들이 어떤 방식으로 현장에서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 좀 무겁게 고려해야 된다."
지금껏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원청 책임자는 모두 11명, 대부분 집행유예였습니다.
하청으로 절감하는 비용만큼의 안전에 대한 책임도 지워야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게 노동계 요구입니다.
MBC뉴스 송서영입니다.
영상취재: 김신영 / 영상편집: 최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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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송서영
'일하다 죽지않게' 고 김용균씨 5주기‥노동현장은 안전해졌을까?
'일하다 죽지않게' 고 김용균씨 5주기‥노동현장은 안전해졌을까?
입력
2023-12-10 19:59
|
수정 2023-12-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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