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3년 전 법이 개정이 되면서, 세 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 계약 갱신을 한차례 요구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때 집주인이 직접 살겠다고 하면 거절이 가능하도록 단서를 달았는데, 이걸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그동안 다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이 실거주 의사가 진짜라는 점을 집주인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처음으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9년 3월, 한 세입자 부부가 보증금 6억3천만원에 2년짜리 전세 계약을 맺고 서울 서초동 아파트에 들어갔습니다.
집주인 여성은 자녀들과 제주도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듬해 세입자가 2년 더 전세 계약을 유지해달라 요구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집주인 여성은 세입자 부부에게 "사정이 어려워져 제주 생활을 정리하고, 직접 들어가 살겠다"며 "나가달라"고 통보했습니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집주인이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입자 부부는 집주인 말이 의심스럽다며 나가지 않았고 결국 집주인이 소송을 냈습니다.
1,2심 법원은 집주인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집주인 말에 의문이 간다"면서도 "실거주 계획에 개연성이 있고,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파는 등 명백한 모순이 없으면 갱신 거절이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하급심이 실거주 의사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꾸며내지 않았다는 게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인정돼야 한다"면서, "증명 책임은 집주인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실거주 의사가 진짜인지 여러 요건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처음으로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정은영/대법원 공보연구관]
"임대인의 주거 상황,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갖게 된 경위, 계약 갱신을 거절하게 된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대법원은 특히 이번 사건에서 가족 중 누가 거주할 지 집주인의 말이 바뀌고, 자녀의 전학과 이사 준비를 하지 않았던 점 등을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꼽았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 정인학/영상편집 :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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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윤상문
대법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 진짜인지 증명해야"
대법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 진짜인지 증명해야"
입력
2023-12-2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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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12-2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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