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과천 방음터널 화재 희생자들이 숨지기 전 직접 찍은 영상과 통화 음성을 유족들이 MBC 취재팀에게 공개했습니다.
사고 직후 안타깝게 흘러간 10여 분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김세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달 29일, 과천의 방음터널에서 첫 신고가 접수되고 14분 뒤인 오후 2시 3분.
처음 불이 난 화물차의 반대 차로를 달리던 66살 전우영 씨가 위급한 목소리로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전우영 씨 (지난달 29일)]
"지금 난리났어! 터널 앞에서 막 폭발해가지고 지금 막 연기로 깜깜하고 연기가 새까맣게 올라가고 지금 난리야."
검은 연기가 가득 찬 터널에서 전 씨는 '큰일났다', '난리났다'고 여러 번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뒤쪽으로 차를 뺄 수 없는 상황인데 문도 열리지 않는다며 당혹감을 호소했습니다.
[전우영 씨 (지난달 29일)]
"뺄 수가 없어, (차가) 다 막혀가지고. 큰일 났다 야. 열 수가 없어, 지금 문을. 지금 난리야."
1분 40여초 만에 끊어진 전화는 다시 연결되지 않았고, 전 씨는 현장을 벗어나지 못한 채 조수석에서 발견됐습니다.
[이영자/전우영 씨(희생자) 아내]
"아마 운전석 문이 안 열리니까 사방 팔방 다니면서 문을 열려고 애썼나봐요. 조수석에 앉아서 그냥 그대로‥"
이보다 8분 전인 오후 1시 55분.
전 씨보다 먼저 사고현장 근처에 도착했던 30대 이모 씨가 어머니에게 보낸 영상입니다.
불이 난 화물차를 피하려는 듯 차량들이 도로 바깥쪽에 몰려있고, 회색 연기가 밀려오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모 씨(희생자) 어머니]
"엄마 내가 동영상 보낸 거 못 봤어? 앞에 연기가 너무 많아 갖고, 한 시간 더 걸릴 것 같아, 도착 시간보다(라고)‥"
하지만 이 씨 역시 현장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처음 화물차에서 불이 난 뒤, 희생자들이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통화하기까지의 시간은 약 15분.
유족들은 이때 사고 상황이 제대로 안내됐거나 터널 중반부에 대피로가 마련돼 있었다면, 또 사고 직후 차단기만 제때 내려왔다면 목숨은 건질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모 씨(희생자) 오빠]
"진짜 이거는 저는 인재라고 생각하거든요. 긴 터널에 대피로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잖아요. 플라스틱 소재 있잖아요. 타면 엄청 강한 독성가스를 내뿜는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중에서 이뤄진 조치는 전혀 없었고, 그 사이 방음터널을 타고 빠르게 번진 불은 대낮에 도로를 달리던 시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MBC뉴스 김세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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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터널 안 마지막 통화 "연기 가득‥난리 났어"
터널 안 마지막 통화 "연기 가득‥난리 났어"
입력
2023-01-05 06:14
|
수정 2023-01-0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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