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리포트] 대지진 공포 세계로 확산, 수도 이전 고민하는 나라

지진의 진앙에서 북서쪽으로 40km 떨어진 튀르키예의 중소 도시입니다.

도시 전체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폐허로 변했습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집과 건물 잔해가 거리를 뒤덮었습니다.

창문과 발코니, 방과 방을 구분하던 네모난 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누군가는 잠들어 있었고, 누군가는 새벽 출근길을 준비하고 있었던.

혹은 깊은 시름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집들.

새벽 4시 17분.

튀르키예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 중 하나가 그런 집과 건물을 무너뜨렸습니다.

힘없이 쓰러진 건물 안에는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먼지가 자욱한 건물 잔해를 손으로 헤치고 삽으로 파냅니다.

벽돌과 철근이 뒤덮은 잔해 속에서 기적적으로 아이를 구출했습니다.

구조된 여자 어린이 한 명, 그리고 남자 어린이 한 명.

현장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하며 구조대를 응원합니다.

그러나 지진 당시 숨졌거나 구조대의 손길이 닿기 전에 숨진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이번 강진은 현대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지진 중 하나가 됐습니다.

튀르키예는 지진학자들이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로 손꼽는 곳입니다.

3개의 대륙판인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 아라비아판, 그리고 아나톨리아판 등 4개의 판이 튀르키예 부근에서 충돌합니다.

판과 판이 충돌하는 곳은 그 충격으로 땅이 찢기고 갈라지는데, 이 때문에 큰 지진이 발생합니다.

땅이 갈라지며 도로가 찢어지고, 갈라진 틈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추락했습니다.

규모 7.8의 이번 지진으로 찢어진 땅은 200km에 달합니다.

지진이 잦은 튀르키예에서도 이런 지진은 흔치 않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진동은 지구 전체로 퍼져 북극의 그린란드와 7400km 떨어진 우리나라도 흔들렸습니다.

지진이 난 지 11분이 지난 월요일 오전 10시 28분, 백령도 지진계가 갑자기 흔들리는 것을 시작으로 강화, 연천, 덕적도 등 전국 282곳의 지진계가 차례로 충격파를 감지한 장면입니다.

이번 지진은 이스탄불 등 튀르키예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 강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튀르키예 북부를 관통하는 북아나톨리아 단층에서 발생한 강진들입니다.

1939년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동부를 강타했습니다.

3년 뒤인 1942년에는 규모 7.0, 1943년과 1944년에는 규모 7.5와 7.6, 1957년과 1967년에는 규모 7.1과 7.3의 강진이 단층을 따라 계속 서진했습니다.

그리고 1999년에는 이스탄불 코앞인 이즈미트에 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음 강진의 표적은 인구 1천5백만 명의 유서 깊은 대도시 이스탄불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광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이스탄불 주변에서도 머지않아 지진이 발생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튀르키예 북부의 연쇄 지진은 앞서 발생한 지진 에너지가 서쪽으로 전달돼 발생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강진으로 이스탄불 주변의 단층에도 지진 에너지가 더해져, 더 위험해졌다고 말합니다.

대도시를 위협하는 임박한 대지진은 우리나라 주변에도 있습니다. 일본입니다.

일본 본토의 남쪽 해안인 난카이 해구입니다.

이것은 얼마 전 일본 정부가 직접 제작한 영상인데요.

일본은 이곳에서 30년 안에 규모 8에서 9 사이의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일부 정부가 예측한 쓰나미의 위력입니다.

일본 남부의 고치와 시즈오카 현 등에는 30m가 넘는 쓰나미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 쓰나미가 더 무서운 건 코앞에서 나는 지진이라 대피할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가 예측한 사망자는 32만 명입니다.

일본에서는 또 하나의 무서운 폭탄이 도쿄 등 수도권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도쿄만 남쪽의 사가미 해구입니다.

이곳은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필리핀판과 북미판이 충돌하고 있는 곳입니다.

도심의 건물이 무너지고 열차가 탈선하는가 하면 도쿄는 거대한 불길에 휩싸일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는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30년 안에 도쿄를 강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강진은 일본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강력한 충격파가 우리나라 지진도 깨울 수 있습니다.

[홍태경/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한반도 지각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은 규모 7 내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진 발생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고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이 임박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강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단층 조사와 내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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