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화제의 경제 소식을 자세하게 다루는 시간, <신선한 경제> 시간입니다.
경제팀 이재욱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얘기 가져오셨습니까?
◀ 기자 ▶
'4조2교대'라고 들어보셨나요.
◀ 앵커 ▶
어, 말 그대로 '4개 조로 2교대를 한다.' 그런 의미겠죠?
◀ 기자 ▶
맞습니다. 두 개 조가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두 조는 쉬는 근무 체계를 말하는데요.
지금 산업 현장에서는 4조2교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번 달부터 SK이노베이션이 울산 공장 노동자들의 근무 형태를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면 전환했고요.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업계 최초로 4조2교대를 도입했습니다.
애경케미칼도 지난해 12월부터 울산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근무 형태를 4조2교대로 바꿨고요.
현대제철 노사 역시 올해부터 4조2교대를 도입하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4조2교대 도입을 논의하고 있고요.
제철, 정유, 화학업계를 중심으로 4조2교대를 도입한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 앵커 ▶
예, 정말 바람이라고 불러야 될 것 같은데, 기업들이 왜 이걸 도입하려고 하는 건가요?
◀ 기자 ▶
현장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워라밸 측면에서 왜 4조2교대가 선호되는지 4조3교대와 근무 비교해서 설명드리면 더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4조3교대의 경우에는 하루 24시간을 세 개 조가 8시간씩 나눠 일하고, 한 조는 쉬게 됩니다.
개별 근무 조가 사흘 일하고 하루 쉬거나 엿새 일하고 이틀 쉬는 형태입니다.
4조2교대의 경우를 볼까요?
두 개 조가 12시간씩 일하는 동안 두 조는 쉽니다.
이렇게 이틀 일하고 이틀 쉬거나, 사흘 일하고 사흘 쉽니다.
4조2교대 근무형태를 4조3교대와 비교했을 때 전체 노동시간은 같습니다.
하지만 하루 노동시간이 4시간 늘어나는 대신 휴일 수는 103일에서 190일로 2배 가까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휴일이 많아지면서 취미 생활이나 자기 계발할 수 있는 여건이 나아지고요.
출퇴근 횟수가 줄어드니까 통근에 드는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근무 교대 횟수가 줄어드니 교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업 손실이 주는 등 생산성도 오히려 높아져 기업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 앵커 ▶
예, 무엇보다 워라밸이라는 트렌드와 잘 맞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도입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 기자 ▶
익숙해진 근무 형태를 갑자기 바꾸는 데 현장에서 반발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한화솔루션 노동조합은 4조2교대 도입을 두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최근 여론조사를 했는데요.
원래 노조는 조합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사측과 4조2교대 도입을 논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노조 내 찬반 여론이 팽팽해서 결국 부결됐는데요.
특히 50대 이상 조합원 대다수는 4조2교대 전환을 원치 않았습니다.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데 부담이 있는 거죠.
앞서 제가 현대제철 노사가 4조2교대 도입에 합의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고령의 노동자가 많은 현대제철 인천 공장에서는 4조2교대 도입이 두 번 부결된 뒤에야 3차 투표에서야 통과됐습니다.
비용도 문젭니다.
4조3교대의 경우, 추가 고용 없이 노동시간만 늘려 4조2교대 전환이 가능합니다.
부담이 덜 하죠.
하지만 3조2교대를 운영하는 등 인력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새로 인력을 충원해야 하기 때문에 4조2교대 도입에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앵커 ▶
인력을 확충하지 않고 이걸 만약에 도입한다면 사고에 위험성도 있을 것 같거든요
◀ 기자 ▶
맞습니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2020년부터 3조2교대에서 4조2교대로의 전환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데, 10년간 줄어들던 철도 사고가 지난해 66건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는 인력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4조2교대 근무를 실시해 인력난이 심해지고 숙련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인데요.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한국철도공사에 지난달 4조2교대에서 3조2교대로의 근무 환원을 명령했습니다.
현재 4조2교대로 전환했거나 도입을 논의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인력 상황에 여력이 있어서 이미 4조3교대를 시행하는 대기업들입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겐 4조2교대제가 '그림의 떡'인 겁니다.
◀ 앵커 ▶
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격차가 조금 느껴지네요.
이재욱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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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이재욱
이재욱
[신선한 경제] 산업계에 부는 4조2교대 바람
[신선한 경제] 산업계에 부는 4조2교대 바람
입력
2023-02-20 06:51
|
수정 2023-02-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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