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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대서양이 갑자기 멈췄다, 200년 한파가 한반도 강타

[기후환경 리포트] 대서양이 갑자기 멈췄다, 200년 한파가 한반도 강타
입력 2023-03-06 07:34 | 수정 2023-03-0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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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회암 지역으로 스며든 빗물과 지하수가 빚어낸 동굴입니다.

    독일과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기후학자들이 동굴을 찾았습니다.

    취재팀도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동행 취재에 나섰습니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좁은 동굴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통로로 내려가고 기어야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곳도 지나갑니다.

    수만 년 전 과거의 기후변화를 추적하기 위한 겁니다.

    동굴에는 기후의 흔적이 마치 지문처럼 남아있습니다. 세계의 기후학자들은 우리나라의 동굴에서 과거의 기후 흔적을 쫓고 있습니다.

    동굴 천장에는 종유석이, 아래는 석순이 자라고 있습니다.

    동굴로 스며드는 물방울이 종유석과 석순을 만듭니다.

    이 물방울은 동굴 바깥 대기의 기온과 습도, 풍향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종유석과 석순을 만든 오래전 물방울의 성분을 분석하면 과거의 기후를 알 수 있습니다.

    [악셀 팀머만/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장]
    "이것은 동굴에 떨어져 있던 석순인데요. 과거의 기후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기온과 강수량 변화, 바람 변화도 알 수 있습니다."

    동굴에서 발견한 건 1만 6천 년 전 한반도를 강타한 급격한 기후 변화입니다.

    혹독한 강추위가 찾아와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7도나 떨어졌습니다.

    [악셀 팀머만/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장]
    "1만 6천년 전 한반도의 기후가 갑자기 추워져서 5~10년 만에 기온이 5~7도나 떨어졌습니다. 극단적으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200년간 지속됐습니다."

    연구진은 한반도를 강타한 한파는 북반구 전역을 휩쓴 거대 한파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것은 1만 6천 년 전 북반구의 기온을 컴퓨터로 계산한 영상입니다.

    유라시아 대륙 북서쪽에서 시작된 한파가 북반구를 뒤덮고 한반도까지 밀려왔습니다.

    이것은 한파가 밀려올 당시 강수량을 계산한 영상입니다.

    북반구 전역이 갈색으로 뒤덮이며 강수량도 급감했습니다.

    한반도의 강수량도 줄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북반구를 냉각시킨 거대한 기후변화가 단 5년 만에 일어났다는 겁니다.

    이것은 적도의 따뜻한 물을 차가운 북극까지 수송하는 해류를 보여줍니다.

    1만 6천 년 전 기후급변의 원인은 바로 이 해류가 멈췄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말하자면 지구의 난방 보일러가 갑자기 꺼진 것과 같습니다.

    지구의 보일러의 스위치가 꺼진 원인은 빙하의 댐이 붕괴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2만년 전 지구는 막바지 빙하기에 기온이 상승하고 빙하가 녹으며 거대한 빙하호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만 6천 년 전 유럽의 빙하호가 터지면서 막대한 담수가 바다로 흘러든 것으로 보입니다.

    [악셀 팀머만/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장]
    "2236 (막대한 담수가) 대서양으로 쏟아져 해빙의 순환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가 지구의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적도에서 올라온 난류는 대서양 북쪽에서 가라앉아 적도로 되돌아갑니다.

    그런데 담수는 바닷물보다 가벼워 가라앉지 못했고, 그 때문에 바다의 순환이 멈춰 격변이 시작됐다는 설명입니다.

    당시 지구에는 호모사피엔스가 살고 있었고 한반도에도 이미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강추위에 당시 사람들과 생태계는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과 인도, 네덜란드와 미국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한반도의 동굴에 보물이 있다고 말합니다.

    대륙과 해양이 교차하는 이곳에 과거의 기후를 담은 귀중한 데이터가 가득하다고 말합니다.

    연구진은 우리 동굴에서 찾은 발견을 지금 지구의 기후변화 예측을 높이는 데 활용할 계획입니다.

    [악셀 팀머만/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장]
    "한국은 지질학자와 과거의 기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매우 놀라운 곳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동굴이 밀집한 곳 중 하나입니다. 아직 많은 동굴들이 탐사를 기다리고 있죠."

    우리 동굴에서 연구진이 가장 놀란 사실은 과거 지구의 기후가 5년 만에 급변했다는 사실입니다.

    기후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불안정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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