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뉴스의 맥락을 꼼꼼하게 짚어드리는 <친절한 기자들> 시간입니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집요한 소송전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죠.
이와 관련해 최근 1년 동안 선고된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결문 128개를 분석한 법조팀 정상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기자 ▶
안녕하세요.
◀ 앵커 ▶
지난해 스토킹처벌법과 'n번방' 불법 촬영 판결문 분석에 이어, 이번에는 학교폭력 판결문들을 분석했네요.
이번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 기자 ▶
학교폭력이 인정돼 전학 처분을 받은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실제로 전학을 간 건 꼬박 1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보호자인 정 변호사가 재심과 각종 가처분, 행정소송 등 계속 불복 절차에 나서면서 늦어진 겁니다.
정 씨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온몸을 떨며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힘들어했던 피해자의 고통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겠죠.
학교폭력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이 얼마나 되는지, 누가 소송을 내서 얼마나 받아들여졌고, 실제로 '시간 끌기'에 악용됐는지, 이런 의문점들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결과물부터 보시죠.
◀ 리포트 ▶
MBC가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학폭위 처분에 대한 소송 중 최근 1년 사이 선고된 판결 128개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108건은 가해 학생이 "징계가 무겁다"며 낸 소송이었는데, 75%가 기각 또는 각하됐습니다.
절차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징계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그 사이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학폭위 처분에서 1심 판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2.3개월… 1년 넘게 걸렸습니다.
2심과 3심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겁니다.
한 기숙사형 고교에선 학생 1명에게 빨래와 화장실 청소는 물론 안마까지 시키고, 라이터와 스프레이로 불길을 쏘는가 하면, 성기를 때리고 음식을 입에 욱여넣는 등 종합적인 학교폭력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가해 학생은 전학을 가라는 학폭위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냈고, 법원은 1년 6개월 걸려, 졸업할 때가 다 돼서야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 앵커 ▶
학폭위 처분부터 1심 판결까지 평균 1년.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면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인데요.
정순신 변호사 측은 1심에 불복해서 계속 소송을 이어갔다고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1심 선고를 받고 나서도, 계속 상급심의 판단을 받겠다고 나섰는데요.
대법원에서 '징계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7개월이 더 걸렸습니다.
판결문 128건 가운데, 징계 처분부터 1심 선고까지 가장 오래 걸린 시간은 36개월, 꼬박 3년이었고요.
35건의 판결은 이미 가해 학생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 내려졌습니다.
◀ 앵커 ▶
이러면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이 좀 들기도 합니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언어폭력이었고, 사실 학교폭력이라는 게 양상이 조금 다양하지 않습니까?
이런 것도 분석이 됐나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맞기 싫으면 참새를 깨물어봐라"
초등학교 2학년생을 괴롭히던 5학년 학생의 학교폭력 판결문에 등장한 대사입니다.
목발로 때리거나, 바지와 속옷을 벗기는 등 괴롭히다가, 끝내 "참새를 깨물라"고 시켰습니다.
물리적 폭행과 협박, 성추행까지 여러 유형의 폭력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건데요.
이와 관련해 분석한 내용을 영상으로 먼저 보시죠.
◀ 리포트 ▶
MBC가 학교폭력위원회 처분을 둘러싼 소송 최근 1년 치 판결문 128건 속의 학교폭력들을, 교육 당국이 구분한 유형별로 분류해 봤습니다.
76건은 단순한 한가지 유형의 폭력이었지만, 52건은 여러 유형의 폭력이 복합적으로 발생했습니다.
판결 128건 중 절반에 가까운 63건에서 언어폭력이 등장해, 물리적 폭력보다 더 많았습니다.
욕설과 협박, 외모비하, 성적 모욕뿐 아니라 형제자매, 부모를 모욕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처럼 언어폭력만 행사한 경우는 21건.
다만, 언어폭력만으로 정 변호사 아들처럼 최고징계 중 하나인 전학이 내려진 경우는 없었습니다.
◀ 기자 ▶
128건 가운데 29건의 징계가 최고 수준의 처분인 전학이나 퇴학이었는데요.
대부분 심각한 성폭력이나 불법촬영 등으로, 정 씨처럼 '언어폭력'만으로 이런 중징계를 받은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 앵커 ▶
그렇군요.
백 개가 넘는 학교폭력 판결문을 보다 보면, 사건들 사이에서 일종의 경향성이나 공통점 같은 게 보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혹시 어떤게 있을까요?
◀ 기자 ▶
일단, 성폭력을 함께 저지른 학교폭력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열 건 중 세 건에는 강간과 성희롱, 불법촬영 등 성범죄가 등장했는데요.
SNS 가짜 계정으로 피해 학생을 협박해서 옷을 벗고 춤추는 영상을 전송하게 하고, 이후에는 성추행까지 한 중학생은 전학 처분을 받았고요.
친구에게 피해 학생을 소개해준 뒤에, 두 사람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유포한 고등학생은 퇴학을 당했습니다.
언어폭력이나, 성범죄 등 학교폭력에 SNS가 흔한 도구로 등장한 건데요.
판결문 6건 중 1건에는 명시적으로 SNS가 쓰였다고 적혀있었습니다.
◀ 앵커 ▶
학교폭력 판결문을 분석한 정상빈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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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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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기자들] '학폭 소송' 128건 분석‥법정 안 또 다른 정순신들
[친절한 기자들] '학폭 소송' 128건 분석‥법정 안 또 다른 정순신들
입력
2023-03-06 07:39
|
수정 2023-03-0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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