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학교폭력 일부 가해 학생들은 교사까지 고소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교사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해,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겁니다.
신준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수도권의 한 중학교 교사인 박모 씨는 2년 전 제자의 학교폭력 문제를 알게 됐습니다.
한 남학생이 또래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성적 발언을 하고, 언어폭력도 일삼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모 씨/중학교 교사]
"성적인 사진이나 단어 같은 거 올리면서 너희 둘이 뭐 XX했냐, 너 나랑 XX할래 이런 식으로 카톡을 보냈었거든요. 거기에다가 교실에서 너무 큰소리로 욕을 하고 친구들이 듣기 싫은 말들을 너무 많이 한다…"
박 씨는 수차례 상담 등 지도 끝에, 그해 4월 '다짐문'을 쓰도록 했습니다.
앞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적게 한 겁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은 이후에도 또 다른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고, 결국 동급생들이 학교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가해 학생 측은 교사의 지도가 문제였다며 박 씨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다짐문을 쓰도록 한 게 학대였다는 겁니다.
[박모 씨/중학교 교사]
"(가해 학생 부모가) 우리 애한테 각서를 쓰게 했고 그래서 애가 정서적으로 너무 힘들어해서 그랬다, 나는 이걸 아동학대, 정서 학대로 신고하겠다…"
가해 학생 측은 학교폭력위원회에서도 "박 씨의 정서 학대로 불안함을 느껴 학폭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씨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고, 검찰의 결론도 같았습니다.
가해 학생 측은 여기에도 반발하면서 항고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지방 대도시의 또 다른 중학교 교사도 작년 10월,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수업 도중 머리를 손질하거나 교사의 외모를 비하하는 학생을 지도하려고 1:1 면담을 했는데, '정서 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이 학생 역시 또래에게 언어폭력을 가했다가 학교폭력이 신고되자, 교사로부터 평소 학대당한 게 이유라고 주장한 겁니다.
경찰 조사와 지자체 점검 등이 진행되면서 학폭위 개최가 11월 말로 늦어졌고, 결국 생활기록부에 학폭이 적히지 않았습니다.
가해 학생들이 학교폭력 문제를 처리하는 교사를 고소하는 건 학폭위 개최를 늦추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고소가 반가울 리 없는 교사들이 학폭 사건에 기계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가해자 처분과 피해자 보호가 미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MBC뉴스 신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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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신준명
"반성문으로 학대"‥학폭 가해자가 교사 고소
"반성문으로 학대"‥학폭 가해자가 교사 고소
입력
2023-03-07 06:49
|
수정 2023-03-0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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