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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거대한 모래바다가 밀려왔다. 2천 km 날아와 한반도까지

[기후환경 리포트] 거대한 모래바다가 밀려왔다. 2천 km 날아와 한반도까지
입력 2023-03-13 07:41 | 수정 2023-03-1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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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아래 드넓게 펼쳐진 대지를 양과 염소가 내달립니다.

    줄을 지어 달리는 가축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곳.

    말을 탄 유목민이 뒤를 따르는 이곳은 몽골입니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집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이 물결치듯 이어집니다.

    가축을 먹일 수 있는 풀 한 포기 나기 힘든 황량한 땅.

    이곳도 얼마 전에는 양과 말이 풀을 뜯던 곳입니다.

    이곳은 몽골어로 '호수가 많은 땅'이라는 지명을 가진 곳입니다.

    그러나 하늘에서 본 호수에서는 물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주변에 있던 9개의 호수 중 5곳이 사라졌고 나머지도 곧 마를 겁니다.

    말을 탄 유목민의 뒤로 보이는 산도 원래 나무가 무성했는데 지금은 황량한 돌산이 됐습니다.

    사막화는 남쪽으로 갈수록 더 위협적으로 변했습니다.

    사막이 점점 더 넓어지면서 사막에서 부는 모래 폭풍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몽골 남부와 맞닿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지평선을 뒤덮은 거대한 모래 폭풍이 산처럼 밀려옵니다.

    속도를 높여 달리는 자동차를 뒤쫒는 모래 폭풍이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2년 전 몽골 남부에서는 강력한 모래 폭풍이 유목민 마을을 덮쳤습니다.

    살인적 모래 폭풍으로 수백 명이 숨지고, 많은 가축이 죽었습니다.

    [막마르수렝/유목민]
    "모래 폭풍이 온다는 말을 듣고 가축을 우리 안으로 넣으려는 순간에 모래 폭풍이 들이닥쳐 주위가 깜깜해졌습니다. 90%나 되는 가축이 죽었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몽골의 사막은 전 국토의 40%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막이 됐거나 사막화의 위협에 처한 곳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원인은 아시아 내륙까지 파고든 기후변화입니다.

    몽골의 연평균기온은 지난 80년간 2.25도 상승했고, 강수량은 8%나 줄어 땅이 말라붙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엔 기후변화보고서에 실린 가까운 미래의 토양 수분 예측입니다.

    지구의 기후가 1.5도 상승하면 어떻게 될지 본 건데요.

    동아시아에서는 중국 남부와 몽골이 짙은 갈색으로 나타납니다.

    몽골은 땅이 더 건조해지면서 사막으로 변하는 지역이 늘 것이란 예측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몽골에서 일어나는 사막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해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몽골의 기후를 장기간 추적해온 연구진은 사막화가 돌이키기 힘든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땅을 수놓은 건 양과 염소입니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들이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양과 염소 떼가 도로를 가로지르기 시작합니다.

    지나가던 트럭은 익숙한 풍경을 마주한 듯 속도를 늦춥니다.

    이들은 남쪽을 떠나 북쪽으로 이동하는 유목민의 가축입니다.

    취재팀이 만난 한 유목민은 급속히 사막화되는 고향을 떠나 2년째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잉흐 투르/유목민]
    "원래 남고비 지역에서 유목을 하는데, 북쪽으로 2년 동안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이십여 년을 유목민으로 살아 온 막마르수렝 씨.

    풀은 줄어들고 가축에게 먹일 물도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인근 5km 안에 있던 샘물은 모두 말라버려, 땅을 파고 지하수를 끌어올려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많은 유목민이 유목을 포기하고 도시로 몰려듭니다.

    평생 가축만 키우던 유목민이 대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입니다.

    트럭이 쓰레기를 내려놓기 무섭게 사람들이 달려듭니다.

    도시로 몰려든 유목민 중 일부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재활용품을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갑니다.

    [투맹 나스트/울란바토르 주민]
    "다시 팔 수 있는 고철이나 빈 병 등을 주워서 저녁밥 정도 할 수 있는 돈을 벌고 있습니다."

    4년 전 유목 생활을 접고 이곳에 온 한 유목민에게 그리운 초원은 이제 그림과 사진에만 남아있습니다.

    여름에는 집 앞에 설치한 게르에서 자면서 하늘과 땅을 벗 삼아 살던 초원을 추억합니다.

    골 당국은 지금까지 60만 명, 매년 4만 5천 명의 유목민이 수도로 몰려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목민의 삶을 파괴하는 몽골의 기후변화는 우리나라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기상청은 최근 들어 중국보다 몽골에서 오는 황사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 서울에는 나흘 동안 이례적인 겨울 황사가 나타났는데, 황사 발원지인 몽골의 사막화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NGO인 푸른아시아가 몽골에 심은 나무와 숲입니다.

    이 숲은 모래의 바다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제방입니다.

    몽골 정부는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사막에 저항하려 합니다.

    그러나 모래의 바다는 너무 넓고,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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