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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하늘에서 바이러스가 후두둑, 신종 전염병의 공습

[기후환경 리포트] 하늘에서 바이러스가 후두둑, 신종 전염병의 공습
입력 2023-06-26 07:40 | 수정 2023-06-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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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와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서해 대청도입니다.

    많은 철새가 대청도를 거쳐 남북을 오고 갑니다.

    서울대 연구진은 지난해 4월 이곳을 찾은 철새인 촉새에 달라붙은 외래종 생물을 발견했습니다.

    4쌍의 다리를 가진 절지동물로, 중국 남부에 서식하는 매부리엉에피참진드기입니다.

    조사 결과 중국 진드기가 철새의 몸에 붙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을 놀라게 한 건 진드기의 몸에서 발견된 병원체입니다.

    이 진드기는 매우 위협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습니다.

    SFTS 즉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입니다.

    감염되면 치명률이 18%나 되는 무서운 바이러스입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철새에서 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창용/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철새들도 SFTS라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우리나라로 충분히 옮겨올 수 있다라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이번 발견이 왜 중요할까요?

    서울 관악산에서 흰 천으로 풀숲을 휘젓자 검은 점 같은 게 묻어 나옵니다.

    풀잎에 붙어서 지나가는 동물과 사람의 피를 노리는 작은소피참진드기입니다.

    이들 진드기 100마리 중 2마리는 SFTS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10여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국내 진드기에는 이 바이러스가 없었는데 2013년을 전후해 급속히 퍼졌습니다.

    중국의 토종 바이러스가 어떻게 바다 건너 수천 km를 이동했을까?

    중국에서 수입하는 가축과 동물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번 조사로 철새를 통해서도 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최창용/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중국에 있던 토종 질병들이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철새 이동 경로상에서 이런 바이러스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측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후변화입니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진드기의 수가 늘고 서식지는 넓어지고 있습니다.

    진드기가 늘면 철새에 달라붙어 전파될 확률도 높아집니다.

    철새의 월동지인 중국 남부에서 진드기와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창용/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철새에서 유충이나 약충 단계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이들의 월동지가 SFTS라는 바이러스에 광범위하게 감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한 번 숙주가 된 진드기는 살아서는 SFTS 바이러스의 지배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채준석/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알을 낳으면 알에도 바이러스가 있고 그 알이 부화를 하면 유충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옵니다."

    국내로 침투한 바이러스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확산하는 이유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진드기에 물릴 때 주로 감염되지만, 감염된 사람이나 반려동물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어 더 위험합니다.

    [채준석/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타액이나 눈물, 콧물, 소변이나 대변 등 분비물로 바이러스가 빠져나옵니다. 그때 밀접 접촉에 의해 동물이나 사람에게 2차 전파를 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중보건학적으로 위험한 감염병입니다."

    진드기가 매개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은 SFTS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지도는 진드기가 전파하는 바이러스 질환인 크리미안콩고출혈열 발생 지역입니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걸리면 치명률이 최대 40%나 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채준석/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크리미안콩고출혈열이) 우리 주변국까지 와 있기 때문에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올지 모르는 그런 바이러스로 생각이 되고 있고, 국내 연구기관에서도 상당히 관심 있게 지금 예의 주시하고 있는 그런 바이러스성 질병입니다."

    국경을 넘어 확산하는 바이러스와 진드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철새가 오가는 걸 막을 수는 없겠죠.

    그리고 모든 철새가 위험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도 아닙니다.

    풀숲의 진드기를 옮길 수 있는 철새는 주로 숲과 땅에서 활동하는 철새들로 전체 철새의 2~3%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공항과 항만 등 기존 검역망과 철새가 운반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그림은 SFTS 환자의 치명률을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지난 2013년 SFTS 바이러스가 처음 확인됐을 당시 치명률은 47%나 됐습니다.

    그 이유는 이런 바이러스가 왔다는 걸 몰라 의료진이 당황했기 때문입니다.

    질병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그래프죠.

    철새가 안전하게 우리나라를 지나가게 하는 것도 위험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철새가 유리창에 부딪히거나 사고로 죽을 때 진드기가 떨어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최창용/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죽은 사체에서 진드기가 우리 수풀로 이동하는것을 확인했고요. 그래서 안전하게 새들이 우리나라를 통과하게 하는 것도 철새가 옮기는 진드기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SFTS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없습니다.

    풀숲에서 활동할 때는 긴 바지와 긴소매 옷을 입고 풀숲에 앉을 때는 자리를 깔고 앉는 등 조심해야 합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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