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4만 5천여 자개조각으로 수를 놓은 고려시대 나전칠기가 80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려의 뛰어난 예술성을 잘 보여주는 공예기술의 집약체인데요.
워낙 귀해서, 전 세계 열다섯 점.
우리나라에 단 네 점뿐이라고 합니다.
장슬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넝쿨을 따라 촘촘히 그려진 국화에선 영롱한 빛이 피어나고, 손톱보다 작은 꽃잎에는 섬세한 결도 표현했습니다.
약 4만 5천 조각의 자개로 수를 놓은 고려 나전칠기 상자가 8백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환수한 '나전국화넝쿨 무늬상자'는 천 년의 세월에도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한데다, 지금까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아 더욱 귀합니다.
[최응천/문화재청장]
"130년 만에 개인이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유물이 처음으로 일본에 알려지게 돼서 이것은 긴급하게 뭔가 매입을 해야 되겠다."
문화재청이 1년여 간의 협상 끝에 매입한 유물은 확인해보니 고려 나전칠기 전성기의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국화넝쿨과 모란넝쿨무늬, 연주무늬 등 고려 때 주로 사용하던 무늬가 촘촘히 박혀있고, 얇은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하거나 금속선을 꽈서 테두리 장식을 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용희/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장]
"완벽하게 그 천연적인 그런 무지갯빛을 띠고 있고요, 고유의 색감이 잘 살아있습니다. 조선시대 나전칠기하고 비교해보면 이 (금속선의) 꼬임이 굉장히 정교합니다."
전복이나 조개, 소라 껍데기를 하나하나 오린 뒤 문양을 만들어내 당대 최고 공예품으로 꼽혔던 고려 나전칠기.
12세기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이 "솜씨가 세밀해 가히 귀하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목재로 만들어 부서지기 쉬운데다 반복된 외세 침입으로 일본 등 해외로 다수가 유출돼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보관 상태가 양호한 나전칠기는 전 세계적으로 열다섯 점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일본에 7개, 미국에 3개 등 외국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일본에서 나전칠기를 환수하면서 우리나라는 총 네 점의 고려 나전칠기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문화재청은 조만간 환수된 나전 상자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장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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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장슬기
장슬기
8백 년 만에 돌아온 고려시대 나전칠기
8백 년 만에 돌아온 고려시대 나전칠기
입력
2023-09-07 07:40
|
수정 2023-09-0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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