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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지중해에 허리케인 출현, 오메가 편서풍에 바다도 펄펄

[기후환경 리포트] 지중해에 허리케인 출현, 오메가 편서풍에 바다도 펄펄
입력 2023-09-25 07:44 | 수정 2023-09-2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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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북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인구 10만의 도시 데르나.

    집과 건물이 서 있던 거리는 폐허로 변했습니다.

    건물 1층은 흙더미에 묻히고 높은 건물도 처참하게 부서졌습니다.

    평소 차와 사람들로 붐비던 거리는 건물과 자동차들의 잔해만 남았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심하게 부서진 자동차들이 쌓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뛰놀던 마을 골목길도 폐허가 됐습니다.

    부서진 집과 건물 잔해 사이에 사람들이 보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사진 속 어린이와 고양이가 잔해 속 어딘가에 있습니다.

    아니면 바다로 쓸려나갔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이 바다로 휩쓸린 것으로 보입니다.

    육지에서 흘러든 잔해가 바다를 가득 메웠습니다.

    구조대가 시신을 찾고 있습니다.

    유엔은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와 실종자를 합쳐 1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아프리카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폭우로 숨졌습니다.

    리비아 북동부에 24시간 동안 쏟아진 비는 최고 414mm가 넘었습니다.

    기상관측 사상 신기록입니다.

    기록적인 폭우에 도시 상류의 댐 2개가 붕괴됐습니다.

    3천만 톤, 수영장 1만2천 개 분량의 물이 도시로 밀려왔습니다.

    높이 7m, 건물 2~3층 높이의 물이 쓰나미처럼 도시를 집어삼켰습니다.

    새벽 3시, 모두가 잠들어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은 메디케인 ‘다니엘’입니다.

    메디케인은 지중해와 허리케인의 합성어로 지중해 허리케인입니다.

    지중해에서는 수온이 높아지는 9월부터 종종 열대성 폭풍이 발생합니다.

    이것은 지난 2020년 그리스와 이탈리아 사이에서 촬영된 메디케인 ‘이아노스’의 위성사진입니다.

    이것은 2021년 촬영된 메디케인 ‘아폴로’입니다.

    이번 참사를 일으킨 메디케인 ‘다니엘’의 모습입니다.

    9월 4일 그리스 서쪽 해상에서 발생해, 다음날부터 그리스 중부를 강타했습니다.

    거세게 몰아치는 급류를 견디지 못하고 도로와 다리가 끊어졌습니다.

    곳곳이 물에 잠기고 무너졌습니다.

    24시간 동안 그리스에는 최고 750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1년 6개월치 비가 하루에 쏟아져 1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스 기상관측 사상 처음 경험하는 엄청난 비였습니다.

    다니엘의 위력이 강해진 요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중해의 높은 수온인데요.

    수온이 이례적으로 높은 건 아니었지만, 27.5도에서 28도로 평년보다 1도 정도 높았습니다.

    열대성 폭풍은 수온이 26.5도 이상이면 발달할 수 있어서 다니엘이 발달하기엔 충분했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오메가 형 편서풍입니다.

    이것은 당시 유럽 상공을 흐르는 제트기류인데요.

    편서풍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시원하게 흐르지 않고 그리스 문자 오메가 모양으로 남북으로 크게 휘어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대기를 정체하게 만들어 다니엘이 한자리에서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2천년대 이후에 북극이 뜨거워지고 얼음이 많이 녹으면서 편서풍에 남북 방향 요동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바다와 남북으로 크게 요동치는 편서풍은 기후변화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죠.

    기온이 오르면서 증가한 대기 중 수증기는 다니엘의 폭우를 더 살인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리비아 참사와 관련된 이야기의 절반일 뿐입니다.

    폭우로 붕괴한 2개의 댐 중 하나의 홍수 전 위성사진 모습입니다.

    그러나 사고 직후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에서는 댐의 모습이 온데간데없고 돌무더기만 남았습니다.

    오래전 건설된 댐은 홍수를 막는 능력이 부족했고 유지 보수도 제대로 되지 않아 폭우에 모래성처럼 쓸려갔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살인적인 폭우가 다가오는데 현지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경보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리비아는 오랜 내전으로 정치가 불안정해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인프라가 취약했습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리비아 참사는 상상을 초월한 자연 재난 앞에 인간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발생했습니다.

    리비아의 비극은 두 가지 교훈을 세계에 남겼습니다.

    먼저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만으로도 지구의 기후는 매우 위험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겁니다.

    폭우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리비아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도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우리 주변의 인프라를 서둘러 돌아보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코스타스 라구바르도스/그리스 국립 아테네 천문대 연구실장]
    "열대성 폭풍 ‘다니엘’ 이후에는 재난에 대비한 조기경보 시스템과 주민 보호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만 합니다."

    또 하나는 안정된 정치와 평화의 중요성입니다.

    더욱 거칠어지고 사나워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사람들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나라 안팎의 전쟁과 내전, 소모적인 정쟁은 재난에 대응하는 인간의 능력을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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