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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쪽방촌 사라진다‥"다시 짐 싸야 하나"

대전역 쪽방촌 사라진다‥"다시 짐 싸야 하나"
입력 2023-10-24 07:38 | 수정 2023-10-2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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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백 년 넘는 시간 동안 시민 삶의 터전이었던 대전역 주변 쪽방촌이 철거에 들어갔습니다.

    보금자리를 잃고 떠나야 하는 주민들 이야기를 이승섭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간판은 남 보여주기 부끄러워 가렸습니다.

    빛바랜 '고추'라는 글자가 가게의 이름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91살 임희균 할아버지가 50년 동안 운영한 새마을방앗간.

    장비가 녹슬기는 했어도 지금도 동네 사람들이 김장할 때면 고춧가루를 빻아 내주기도 합니다.

    [임희균/쪽방촌 주민]
    <옛날에는 꽤 잘 됐어요. 장사도?>
    "잘 됐어요. 고추 잘 됐어. 하루에 천 근씩 팔았는데. 5남매를 다 여기서 (키웠습니다.)"

    방앗간과 나란히 수십 년 세월을 지낸 쪽방 17가구는 아파트 개발로 철거됐습니다.

    새마을방앗간도 그렇게 될 겁니다.

    [임희균/쪽방촌 주민]
    "섭섭한 거야 말도 못 하지. 어떻게 다 얘기하겠어. 섭섭하고말고."

    아파트 개발로 사라지게 된 삼성시장길 쪽방촌. 하지만, 주민 3명은 아직도 이곳에 남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철거 보상금은 방 한 칸에 천만 원 남짓.

    이사와 이주 비용을 더해도 손에 쥐는 건 얼마 안 됩니다.

    [이강무/쪽방촌 주민]
    "3천만 원 가지고 뭐 하는 거예요. 이사도 못 가고 세도 못 얻고. 그러니 답답하니까."

    이곳과 지하차도를 사이에 두고 110여 가구가 사는 대전 역전길 쪽방촌이 있습니다.

    여기는 대전시가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서울에서 내려온 71살 박 모 씨는 또 짐을 싸야 하나 걱정입니다.

    [박 모 씨/쪽방촌 주민]
    "내가 또 이사 가야 하나‥또 가면 내가 능력이 되어서 돈 걱정 안 해도 되려나‥"

    이 일대 쪽방촌에 사는 주민 10명 가운데 8명은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이들은 개발 논리에 평생의 터전을 내주고는 또 다른 쪽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조부활/대전 쪽방상담소장]
    "환경을 개선하고 도로를 내는 것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보이거든요. 그런데 주무 부서인 관에서 사람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했느냐‥"

    대전시와 대전 동구는 쪽방촌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를 진행해 합리적인 철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이승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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