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 경찰, 성매매 외국인 여성에 2차 가해"

◀ 앵커 ▶

우리나라 사법기관이 성매매에 내몰린 외국인 여성들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범죄자 취급하며 2차 가해를 했다고, 유엔이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여성들의 피해를 완전히 배상하고, 출입국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차주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그런데 노래 대신 술파는 일을 시켰습니다. 업주의 협박과 착취에 겨우 도망쳐 나왔더니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2021년 3월, MBC는 필리핀 여성 베키 씨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예술흥행비자를 받아 동두천 한 클럽에 가수로 취업했지만, 막상 와보니 성매매 접대부였습니다.

[베키/필리핀인 취업자]
"'너는 교회나 식당에서 일하는 게 아니야. 이게 네가 한국에 온 이유야. 손님이 널 만지면 술을 더 많이 팔 수 있잖아'라고 말했어요."

한 달 80만 원 남짓 월급조차 처음 석 달 동안은 받지 못했고, 업주의 폭언과 협박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베키/필리핀인 취업자]
"'너를 잡을 거야, 감시할 거야, 난 경찰도 판사도 친해'라고 계속 말했습니다."

참다 못해 입국한 지 6개월 만에 2번이나 도망쳤지만, 처음엔 업주에게 붙잡혔고 두 번째는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하지만, 인신매매와 성매매 알선, 강요, 감금 등의 혐의는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됐습니다.

해당 업주는 피해 여성 일부를 무고죄로 고소했고, MBC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언론중재위에 제소했습니다.

그리고 2년여, 유엔은 경찰 등 한국 사법기관이 성매매에 내몰린 필리핀 여성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2차 가해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서울 골든게이트 클럽에서 성착취를 당했던 세 명의 필리핀 여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MBC가 보도했던 동두천 클럽과 같은 업주가 운영했던 곳입니다.

이들 여성은 감금당한 채 성적 향응을 제공해야 했고, 업주의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특히 서울경찰청의 클럽 단속에 적발된 뒤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밝혔는데도, 경찰은 성매매에 관한 조사만 했다고 유엔은 적시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선임연구원]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해야 될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를 한 거죠. 피의자로 수사를 했고, 강제퇴거 명령을 내렸고, 또 외국인보호소에 구금을 했거든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이들 피해자에게 완전한 배상을 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행 비자 제도를 개정하고, 외국인 여성을 채용하는 유흥업소 감독을 강화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6월, 2년 연속으로 한국을 인신매매 2등급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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