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재작년 수능에 등장한 영어 지문 한편을 둘러싸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이 영어 지문은 수능 직전 한 학원의 모의고사에도 등장했고, 이후 EBS 교재에도 실릴 뻔했는데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보입니다.
전동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의 23번 문항.
'넛지'의 저자, 미국 하버드대 캐스 선스타인 교수가 쓴 '투 머치 인포메이션'의 한 대목을 따왔습니다.
이 책은 당시 국내에 발간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생소한 영어 지문이 수능 직전, 한 사교육 강사가 강의한 모의고사에 실렸고, 이듬해 EBS의 수능 연계 교재에도 실릴 뻔했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보긴 어려운 대목입니다.
[오석환/교육부 차관 (어제, 사교육 카르텔 긴급 점검회의)]
"EBS 교재의 집필 및 감수 과정에 대한 관리나 사교육 관련성이 제기된 수능 모의평가 문항에 대한 사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정황이 파악된 상황입니다."
수능 출제 과정을 아는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출간된 책의 특정 내용이 비슷한 시기에 여러 곳에 동시에 실린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음성변조)]
"검수 과정에서 빠진 거예요.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거는 우연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이 잘못한 거예요."
문제의 사교육 '일타강사'는 현직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영어 문항을 사들인 혐의로 수사받고 있습니다.
사고 판 문항에서 해당 영어 지문이 쓰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실제 수능 문제와 EBS 교재에 이 영어 지문을 싣는 데 누군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수사와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출제진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음성변조)]
"수사·감사 중인 사안들이 있고 하니, 이제 그런 부분들이 밝혀지면 그때 이제 한 번에 설명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교육 당국은 앞으로 수능 문제를 출제할 때 출제위원들이 격리된 이후에도 사설 모의고사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
영상취재: 강재훈 / 영상편집: 허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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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전동혁
낯선 지문이 3곳에 한꺼번에?‥커지는 '사교육 카르텔' 의혹
낯선 지문이 3곳에 한꺼번에?‥커지는 '사교육 카르텔' 의혹
입력
2024-01-10 20:20
|
수정 2024-01-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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