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 사망' 음주 뺑소니 의사 항소심서 석방‥반성문만 90장

◀ 앵커 ▶

음주운전을 하다가 배달노동자를 치어서 숨지게 한 뒤 달아났던 40대 의사가 오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이 됐습니다.

재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형을 대폭 줄여 준건데요.

이 남성이 재판을 받는 6개월 동안, 아흔 번에 걸쳐서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교차로 앞에 멈춰선 오토바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찰나.

맞은편 차선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회색 SUV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오토바이로 돌진합니다.

파편이 튀고 불꽃까지 일었지만, 차량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달아납니다.

햄버거를 배달 중이던 36살의 오토바이 운전자는 결국 숨졌습니다.

40대 의사 홍 모 씨가 낸 음주 뺑소니 사고였습니다.

[홍 모 씨/음주운전 가해자(지난해 1월 21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왜 도주했습니까?>
"……."
<의사인데 구호조치 왜 안 했습니까?>
"……."

홍 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오늘 징역 3년으로 형기를 줄이고, 이에 대한 집행도 5년간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안이 중대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 유족도 합의를 하고 선처해 달라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초범이고 재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홍 씨에게 "다시 한 번 반성하라는 의미"라며 사회봉사 240시간과 준법운전 강의 40시간 수강을 함께 명령했습니다.

홍 씨는 항소심이 진행되는 지난 6달 동안 총 90여 차례의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경찰조사와 재판에서 "사람을 친 줄 몰랐다"며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진술했습니다.

오늘 판결로 홍 씨는 지난해 1월 구속된 지 1년여 만에 풀려났습니다.

MBC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편집: 허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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