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5년 전 서울의 한 사립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한 교사가 지금은 지방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수십 억 원대 비리를 제보했다가 쫓겨난 뒤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학교가 법적 다툼을 이어가면서 돌아갈 날을 가늠하지 못한 채 지쳐가고 있습니다.
유서영 기자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학기 6학년 담임을 맡았던 최 모씨.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중학교 배정통지서를 나눠주는 것을 끝으로 5개월의 기간제 교사 업무를 모두 마쳤습니다.
최 씨는 5년 전만 해도 서울 우촌초등학교의 교장이었습니다.
그는 수십억 대 학교 적립금 비리를 제보했다 교장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최 모 씨/우촌초 전 교장]
"십몇 년 만에 처음 다시 교단에 서다 보니까 낯설죠 많이‥나이스랄지 이런 업무적인 시스템이랄지, 이런 것도 다 다시 해야 되고‥"
교육청이 공익제보자에게 지급하는 월급 수준의 '구조금'도 지난해 4월 36개월의 기한을 모두 채워 생계 유지를 위해 기간제 교사가 된 겁니다.
최 씨가 3년 넘게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학교 측이 법적 다툼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가 복직을 결정하고 대법원에서까지 교사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교육청이 관선 이사를 보내 학교를 정상화하려고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학교측의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으로 막혔습니다.
[박용덕/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장]
"최종심의 판결이 종료될 때까지 학교 정상화의 절차를 전혀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고…"
지난 2021년 교육청은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선고 기일까지 잡혔던 2심은 돌연 변론이 다시 시작되고 재판부까지 바뀌면서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학교는 공익제보자들을 상대로 횡령, 위증,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10여 건의 고소를 제기했습니다.
[유 모 씨/우촌초 전 행정실 직원]
"제가 한 거는 죄다 횡령으로 다 올린 거예요. 하물며 교직원들 야근할 때 식대 나간 거 1만 얼마, 2만 얼마 그것까지 다…"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수사기관을 오가며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이 모 씨/우촌초 전 교감]
"정신적으로 멘탈이 강한편인데도 점점 저도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다 보니까 힘들어지더라구요."
학교 재단 관계자는 제보자들에 계속되는 소송의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일광학원 전 이사장 (음성변조)]
"사학은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되는 기관인데, 그거를 왜 교육청에서 좌지우지하려고 해요?"
공익 제보라는 호루라기를 분 사람들이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까지 이미 만들어졌지만, 용기를 낸 사람들은 여전히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 한지은, 강종수/영상편집: 안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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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유서영
기간제 교사가 된 교장‥고소고발에 지치는 공익제보자들
기간제 교사가 된 교장‥고소고발에 지치는 공익제보자들
입력
2024-01-15 20:07
|
수정 2024-01-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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