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현인아

펭귄 마을도 인구 절벽, 팍팍한 삶에 출산율 뚝

펭귄 마을도 인구 절벽, 팍팍한 삶에 출산율 뚝
입력 2024-01-15 20:33 | 수정 2024-01-15 21:54
재생목록
    ◀ 앵커 ▶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인구 절벽 문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남극에 있는 펭귄 마을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요.

    팍팍해진 삶에 펭귄들이 짝짓기도 하지 않고 새끼도 낳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남극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현인아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 리포트 ▶

    남극 세종기지에서 1.5km 떨어진 곳에 펼쳐진 펭귄 마을입니다.

    우리나라가 관리하는 남극 특별보호구역에 수천 쌍의 펭귄들이 짝을 지었습니다.

    펭귄들은 번식하러 이곳에 옵니다.

    어미 펭귄이 둥지에서 새끼를 품고 있습니다.

    펭귄 한 마리가 두 마리씩 새끼를 품고 있습니다.

    펭귄 마을에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엄마 펭귄들은 눈이 와도 자리를 뜨지 않습니다.

    이곳 펭귄 마을에는 크게 두 종류의 펭귄들이 있습니다.

    주황색 부리와 머리에 헤드폰을 낀 듯한 흰색 무늬를 가진 건 젠투 펭귄입니다.

    턱 아래까지 줄무늬가 특징인 이 펭귄은 턱끈펭귄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펭귄 마을에는 턱끈펭귄이 가장 많았습니다.

    2013년 초 이곳에선 3천3백 쌍의 턱끈펭귄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는 2,160쌍, 올해는 작년보다는 좀 늘었지만 2,580쌍이 조금 넘습니다.

    둥지 수가 급감한 건 남극의 번식 환경 악화로 짝짓기를 하지 않는 펭귄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최창용/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번식을 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점점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번식하지 않는 집단의 수도 증가할 것이고‥"

    우선 펭귄들의 주식인 크릴이 줄었습니다.

    턱끈펭귄은 먹이의 80~90%를 크릴에 의존하는데, 남극 해역의 크릴은 1970년대 이후 급감했습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기후변화입니다.

    펭귄 마을 주변에서 빙하가 녹아 유빙이 밀려옵니다.

    [김기현/세종기지 기상대원]
    "(최근에는) 영상의 기온을 보이는 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빙벽이 무너진다거나 아니면 빙산이 분열돼서 기지 주변에 유빙은 하루에도 수차례 목격이 되고 있습니다."

    펭귄 마을의 기온은 10년에 0.6도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주변 빙벽은 매년 100m씩 붕괴하고 있고, 눈으로 덮여있던 땅은 곳곳에서 맨땅을 드러냈습니다.

    [최창용/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펭귄들이 산란을 준비하고 알을 낳고 부화를 하는 데 필요한 생리적인 변화는 그러한 빠른 기상 변화에 맞출 수가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짝짓기하는 펭귄이 줄면 출산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최창용/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펭귄들도 이제 인구 절벽에 처해 있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이죠."

    남극 대륙 깊숙한 곳에서 살아가는 황제펭귄은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습니다.

    반면 개체 수가 늘고 있는 펭귄도 있습니다.

    펭귄 마을의 다른 주민인 젠투펭귄의 둥지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젠투펭귄은 기온 상승에 맞춰 부화시기를 2주나 앞당겼고, 먹이도 급감하고 있는 크릴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최창용/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젠투펭귄은 빠른 기온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적응을 할 수가 있지만, 턱끈펭귄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후 위기에 더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종은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한 종은 사라지거나 어려움을 겪는 것이 지금까지 지구의 역사였습니다.

    펭귄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편집: 송지원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