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 10대 학생이 60대 상가 관리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이후 일부 유튜버들이 가해 학생을 잡아서 훈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사적 제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를 해 봤더니, 해당 유튜버가 학생들을 섭외해서 동영상을 찍었고 돈도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은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 상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60대 상가 관리원과 10대 학생이 몸싸움을 벌입니다.
관리원이 넘어지고도 폭행은 이어졌고, 관리원이 맞고 정신을 잃고 나서야 폭행은 멈췄습니다.
해당 동영상은 10대 학생의 친구가 촬영해 SNS로 유포됐습니다.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던 학생을 제지한 게 싸움의 발단이었습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10대 학생들에 대한 분노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들끓었습니다.
이틀 뒤 한 유튜버가 SNS에 "할아버지 폭행범 잡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에는 학생을 무릎 꿇리고 비속어를 내뱉으며 위협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학생의 얼굴도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유튜버 - 남학생 (음성변조)]
"<앞으로 그럴거야. 안 그럴거야?> 다음부터 안 그러겠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참교육이다', '멋지다'는 등 옹호하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그러자 해당 영상을 인용해 후속보도까지 나왔고, '사적 제재' 논란이 뒤따랐습니다.
유튜버는 이번에는 해당 보도의 제목을 갈무리한 뒤 뉴스탄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고 자랑하는 게시글까지 올렸습니다.
하지만 애초 이들이 '폭행범을 잡았다'는 말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은 MBC에 "경비원에게 사과하고 싶어서 출연을 했다"며 "영상을 찍고 30만원 가량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일자 해당 유튜버는 '동영상을 연출한 게 아니며, 돈도 불쌍해서 준 거'라고 밝혔습니다.
[동료 유튜버(음성변조)]
"연기를 하면서까지 (는 아니고..) 그 친구도 보면 죄송하다고 하고. (연기는) 말이 안 되죠."
또 게스트비를 주겠다고 학생을 불러 동영상을 찍은 또다른 유튜버는 "출연을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유현재/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경제적인 목적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이는..일부 사람들이 또 그걸 클릭하면서 응원을 하겠죠. 그러면 또 경제적인 편익을 얻게 되고 이게 굉장히 큰 악순환인 것 같고요."
사적 제재, 이른바 참교육으로 포장해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해당 영상은 조회수 약 800만 회를 기록하며 확산 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 앵커 ▶
그러면 조재영 기자와 함께 사적 제재 논란에 대해서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조 기자, 앞에 전해드린 보도 내용을 보면요.
결국에는 관심이 집중된 어떤 사건에 대해서 유튜버들이 사적 제재를 빙자해서 관심 끌기에 나선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 기자 ▶
네, 맞습니다.
이번 사례뿐 아니라 범죄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걸로 유명해진 유튜버도 있습니다.
이 유튜버는 부산 돌려차기남, 약에 취해 사망 사고를 낸 롤스로이스 운전자, 고 이선균 씨를 협박한 여성 등의 신상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호응을 얻었는데요.
일종의 정의감으로 포장을 하지만, 조회수나 구독자수를 늘리는 것 같은 상업적인 목적에 이용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범죄자라 하더라도 이렇게 신상을 개인이 마음대로 공개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 앵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적 제재에 대해서 '속 시원하다' '통쾌하다' 이런 반응들이 꽤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이런 호의적인 반응들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기자 ▶
결국 기존 공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겁니다.
죄를 지으면 누구나 공평하게 처벌받을 거라는 사회적 믿음이 무너졌기 때문에, 최근 사적 제재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즉 신상공개에 대해서 일관된 기준이 없다.
또 여론으로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된다는 식의 불신과 불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 앵커 ▶
최근 이렇게 사적 제재 논란이 이어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죠?
◀ 기자 ▶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 같은 경우, 피해자가 원치 않는데도 유튜버가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습니다.
당사자인 피해자의 의견이 무시된 건데요.
처벌과 신상공개 다 사법절차에 의해 이뤄지길 바란 건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악영향 줄까 우려한 거죠.
또 이른바 '디지털 교도소' 사태도 있었는데요.
엉뚱한 사람들이 성범죄자로 지목되면서, 한 정신과 교수가 누명을 벗느라 오랫동안 고초를 겪었고, 한 대학생은 억울함을 호소하다 결국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 앵커 ▶
결국에는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려면 결국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야 할 텐데,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요?
◀ 기자 ▶
네, 전문가 얘기 먼저 들어 보시죠.
[김태경/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사법 시스템과 어떤 죄인에 대한 처벌 수위나 이런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해져야지 되지 않을까 싶고요. 두 번째는 유튜버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모두 팩트는 아니거든요.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서 재편집된 정보를 얻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좀 인식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특히 본인이 정의로운 일을 한다는 생각이나 영웅 심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 증폭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 앵커 ▶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조재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박정호, 정선우 / 영상출처 : 유튜브 '카라큘라범죄연구소'
본 기사와 관련해, MBC는 작년 6월 5일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통해 "피해자는 해당 유튜버에게 공개를 요청한 적이 없고, 무차별 공개가 아닌 합법적인 공개를 원하는 입장"임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90698_36199.html
피해자는 작년 6월, 해당 유튜버를 통해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된 이후 MBC와의 통화에서 위 내용과 같이 입장을 밝혔으며, "일부 매체를 통해서만 신상이 공개되어 사각지대를 만드는 것을 애초에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본 기사는 가해자 신상 공개 당시를 기준으로 피해자로부터 직접 청취한 입장을 토대로 작성되었고, 따라서 본 기사가 허위로 작성되었다는 일부 유튜버 등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름을 알려 드립니다.
MBC는 그동안 관련 보도들을 통해 현행 신상공개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그 대책을 꾸준히 촉구해 왔으며, 사적 제재에 대한 우려와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견지할 것입니다.
보도와 관련된 허위 사실 유포 혹은 근거 없는 인신공격성 댓글 등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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