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류현준

[집중취재M] "음식냄새 아니라 발암물질"‥위험한 '요리매연'

[집중취재M] "음식냄새 아니라 발암물질"‥위험한 '요리매연'
입력 2024-01-24 20:07 | 수정 2024-01-24 23:35
재생목록
    ◀ 앵커 ▶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 '요리 매연'이라고 하는데요.

    이 요리 매연 때문에,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 열 명 중에 세 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폐암으로 산재 판정을 받은 사람도 백열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조리실의 '요리 매연' 얼마나 심각한지, 류현준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김해여중의 이날 점심 메뉴는 들깨북어무국과 불고기 야채비빔밥입니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고기를 기름과 함께 볶자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릅니다.

    환풍기를 끈 상태에서 실내 미세먼지를 측정해 봤습니다.

    PM 0.3, 즉 '1천만 분의 3미터' 이하의 극초미세입자가 1리터당 212만 2천여 개로 나옵니다.

    일반 사무실에서 재보니, 8만 6천여 개입니다.

    조리실이 24배나 많은 겁니다.

    이번엔 환풍기를 켜봤습니다.

    입자가 144만 5천여 개로 30퍼센트 이상 줄어듭니다.

    측정된 물질은 고온에서 기름을 가열할 때 나오는 '요리 매연'입니다.

    '조리흄'이라고도 하는 요리먼지는 초미세먼지나 미세먼지보다 수백배이상 입자가 작습니다.

    [김태형/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
    "조리흄(요리 매연)은 아직 정확하게 명확하게 판별은 안 됐지만 안에 굉장히 해로운 물질들, 발암물질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지난 3년동안 급식실 노동자 113명이 폐암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요리 매연을 줄이기 위해서는 김해여중처럼 환기시설을 개선하는게 최선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교육당국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태형/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
    "대도시로 가면 (급식실이) 굉장히 좁습니다. 지침대로 (환기시설) 설계를 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일반 식당도 요리매연에 노출되긴 마찬가지입니다.

    경기도의 이 숯불구이 식당은 주변 상인들의 원성에 결국 환기시설 교체에 나섰습니다.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연기가 모이는 통로입니다.

    외부에 바로 배출되던 연기가 저감장치를 통하도록 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정부 시범 사업의 지원을 받은 건데,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요리매연 저감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원/에코맘코리아 대표]
    "가습기 살균제 같은 사건도 위험한지 몰라서 많이 썼잖아요. 요리를 하면 맛있는 냄새가 나네 (좋아하죠). 근데 그 냄새 나는 것 자체가 미세먼지거든요."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시범사업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식당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실태파악에 나설 계획입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 앵커 ▶

    이 문제 취재한 사회팀 류현준 기자 나와 있습니다.

    류 기자, 조리실 요리 매연 문제, 상당히 심각해 보이는데요.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이 산재로 인정된 것만 113건이면, 실제로는 피해자들이 더 많다는 거 아닙니까?

    ◀ 기자 ▶

    네, 작년 9월 기준으로 폐암 관련 산재 심사가 진행중인 게 26건이고요.

    이 가운데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대구의 여러 학교에서 7년 넘게 급식실 노동자로 일한 강선미 씨를 만나고 왔는데요.

    4년째부터 호흡에 이상이 왔다고 합니다.

    들어보시죠.

    [강선미/급식실 노동자 (폐암 판정)]
    "조림, 튀김 뭐 구이를 그렇게 하다 보니까 업무량이 굉장히 많았어요. 급식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일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가슴이 따끔따끔하고요."

    담배도 피지 않는데, 결국 2년 전 폐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는데 인정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한 기간이 폐암 잠복기인 10년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거죠.

    강 씨는 구체적인 근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며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 앵커 ▶

    그러니까 요리 매연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건 확실한데, 얼마나 노출이 됐는지에 따라서 산재로 인정을 받고 못 받고가 갈리고 있는 거네요?

    그렇다면 이 요리 매연에 얼마나 노출이 되면 위험한지, 그런 기준은 없습니까?

    ◀ 기자 ▶

    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는 농도에 따라 나쁨, 매우나쁨 같은 기준이 있고 작업장에서의 허용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다 입자가 작은 요리매연 극초미세먼지는 기준이 없습니다.

    요리매연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많이 돼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산재보험법에도 직업성 암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들이 명시돼 있지만 극초미세먼지는 빠져 있습니다.

    ◀ 앵커 ▶

    물론 급식실에 비해서는 덜 하겠지만, 가정에서도 그렇고 식당에서도 매일 요리를 하잖아요.

    이럴 때도 요리 매연이 나오는 겁니까?

    ◀ 기자 ▶

    가정에서도 요리를 하긴 하지만 하루종일 지속적으로 요리를 하진 않아서 요리 매연의 양이 적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데요.

    들어보시죠.

    [하지원/에코맘코리아 대표]
    "대부분 이제 소나 돼지는 구워 먹고 아니면 닭을 튀겨 먹는 그런 문화로 바뀌었어요. 그런 기름에 나온 게 (요리 매연이) 많이 나온다라는 거고요. 냉난방을 다 하잖아요. 창문을 열 수도 없고 그냥 그 안에서 먹게 되는 거죠."

    음식 냄새를 계속 마시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 내에서도 요리를 할 때는 수시로 환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앵커 ▶

    네, 말씀하신 것처럼 가정에서는 환기를 자주 해주셔야 할 것 같고, 급식실의 경우에는 노동자분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 개선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류현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 권지은 / 영상취재 : 윤병순·남성현 / 영상편집 : 류다예·권지은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